현직 검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해당 검사를 '감찰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발단은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45ㆍ사법연수원 34기)가 13일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과 팔짱을 낀 자신의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다. 진 검사는 "자수한다. 냅다 달려가서 덥석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성인 남성 두 분을 동시에 추행했다"고 적은데 이어 자문자답 형식으로 "팔짱 끼는 것도 추행이냐. 여자가 추행이라고 주장하면 추행이라니까"라고 덧붙였다. 그는 같은 날 진행된 고소인 측의 기자회견을 두고서도 '흥행몰이와 여론재판'이라고 평가, 박 시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진 검사의 글을 두고 명백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진 검사에 대한 징계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 검사는 피해자를 조롱하는 2차 가해를 했다”며 “더 이상의 폭언을 막기 위해 고소나 고발이 필요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도 “지휘권 행사를 좋아하는 추 장관은 성추행 피해 여성을 조롱한 진혜원 검사를 감찰하라는 지휘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썼다.
한국여성변호사도 15일 대검찰청에 진 검사에 대한 징계 심의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진 검사는 잇따른 비판에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그리스 비극 '히폴리토스'를 언급하고 나섰다. 그리스 영웅 테세우스의 아들인 히폴리토스가 자신을 사랑한 파이드라에게 모함을 당해 아버지에 쫓겨나 죽는다는 내용이다.
진 검사는 파이드라가 "히폴리토스에게 강간당한 치욕을 못견디겠다"는 '거짓 유서'를 쓰고 자살해버린다면서 "BC(기원전) 428년에 쓰인 희곡인데, 시공을 초월해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주는 처연한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사실 관계는 프레임을 짜고 물량공세를 동원한 전격전으로 달려든다고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과 논리로 증거를 분석하는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