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갈 수도, 쉬어갈 수도 없다. 어디든 다 터진다. KT 타선이 역대 막강한 포스를 뽐냈던 전설의 타선들을 줄소환 하고 있다.
14일 현재 KT는 팀 타율 0.298로 이 부문 1위 두산(0.301)과 박빙이고 3위 NC(0.289)와는 격차가 상당하다. 팀 타율로만 따지면 역대 단일 시즌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018년 정규리그 1위에 올랐던 두산이 팀타율 0.309로 역대 1위를 찍었고, 2017년 통합 우승팀인 KIA가 0.302로 역대 2위에 올라 있다.
올 시즌 KT 타순을 살펴보면 숨이 막힌다. 1, 2번 타순엔 최근 ‘용규 놀이’에 심취한 조용호(0.323)와 타격감을 부쩍 끌어올린 황재균(0.310)이 있다. 테이블 세터를 지나면 리그 최고로 꼽히는 중심 타선이 기다린다. 타율ㆍ홈런ㆍOPS 1위 등 타격 부문 다관왕에 도전 중인 멜 로하스(0.382), 강한 타구로 ‘빨랫줄 홈런’을 선보이는 강백호(0.323)와 팀의 정신적 지주 유한준(0.303)이 있다. 여기에 올해 KT 최고의 히트상품 배정대(0.335)와 베테랑 2루수 박경수(0.301)까지 선발 야수 9명 가운데 7명이 3할을 넘겼다. ‘3할도 못 넘기는 XX’란 우스개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8번 장성우가 3할에 조금 못 미친 0.298인데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것이 득점권 타율이 0.340에 달하는 ‘클러치 포수’이기 때문이다. 9번 심우준(0.237)이 타율에서는 조금 주춤하지만, 이미 탄탄한 유격수 수비로 부족한 타율을 충분히 만회하는데다 득점권 타율도 0.271로 나쁘지 않다.
보다 정확한 타격 지표로 인정받는 wRC+(조정 득점 창출력)를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리그 평균 득점능력(100)을 기준으로 이 보다 몇 %나 더 득점을 생산하느냐를 따지는 지표다. KT의 올 시즌 wRC+는 115.2인데, ‘넥벤져스’라 불리며 막강한 팀 화력을 뽐내던 2014년 넥센 히어로즈의 wRC+가 115였고 2015년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던 삼성이 115.3이었다. 당시 넥센에는 서건창(201안타)과 강정호(유격수 40홈런) 박병호(홈런왕)가, 삼성에는 괴물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를 비롯해 박석민 구자욱 최형우 박해민이 리그 타격을 지배했다. 삼성은 특히 10명의 타자가 모두 100안타를 넘기는 역대급 기록을 남겼다.
2017년 ‘메가 타이거즈 타선’으로 통합 우승까지 이뤘던 KIA가 wRC+ 113.1인 점을 고려하면 KT 팀 타선은 이미 우승 전력이란 뜻이다. 당시 KIA 타선도 120타점을 올린 최형우를 중심으로 로저 버나디나(27홈런 32도루 111타점) 유격수 타격왕 김선빈과 안치홍 나지완까지 역대급 타선을 자랑했다. 2018년 정규리그에서 2위와 14.5게임차 1위를 차지하며 역대 가장 강력한 포스를 뽐냈던 두산(wRC+ 119.8)을 제외하면 거의 적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강철 KT 감독은 “(김강) 타격코치가 잘 준비하고 지도 중이다.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모두 코치들에게 공을 돌린다”면서 “경기 전 훈련을 마친 뒤에도 개인별 루틴에 따라 선수들을 준비시키는데 이것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선이 꾸준한 모습을 보여줘 마운드가 조금 부진해도 버틸 수 있었다”라며 팀 역대 첫 가을 야구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