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ㆍ합병(M&A) 계약 성사를 위해 제시한 선결조건 이행 시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양사는 최근까지만 해도 M&A와 관련, 의견 충돌 및 폭로전으로 맞붙으면서 사실상 계약 무산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랬던 양사 분위기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계약 타결을 위해 미지급금 해결에 나섰고, 제주항공에선 “이행결과를 본 후 결정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정부 또한 뒤늦게 중재에 나서면서 제주항공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최근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마감시한으로 제시했던 15일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선결조건 이행 시한을 15일 자정으로 정했지만, (이행이 안된다고 해도) 자동으로 계약이 파기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스타 측의 이행결과를 살펴본 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7일 공식 입장을 통해 “선결조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던 상황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에 대한 비난을 중단하고, 계약 성사를 위해 주력하고 있다. 우선 주요 선결조건인 이스타항공의 태국현지 총판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문제는 리스사가 계약 변경에 합의한 문건을 국토교통부가 인정함에 따라 사실상 해소가 된 상황이다.
남은 주요 과제는 1,700억원에 이르는 미지급금 부분이다. 이와 관련 이스타항공은 미지급금 규모를 1,000억원 미만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500억원대인 리스비와 유류비 등은 관계사와 협상으로, 260억원대인 체불임금은 직원들의 고통분담 등으로 낮춘 결과다.
정부에서도 제주항공 설득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에 이어 고용노동부가 8일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임금 반납 의지가 있다며 중재에 나선 이후 10일 제주항공과 면담 자리까지 마련했다.
업계에선 제주항공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현실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추가 금융지원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항공이 7일 입장에서 “이번 인수에 대해서 동반 부실 우려가 있다”며 정부의 지원을 거론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 인수 시 1,7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이 무산되면 사실상 1,500여명 안팎의 이스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돼, 정부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정부의 추가 지원 여부가 이번 계약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