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문제의 해법으로 제시되는 방안의 하나는 늘어나는 고령인구의 고용을 연장하는 것이다. 기업의 부담 증가나 세대 간 불평등 확대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진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아직 고용연장의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 적절성을 따지는 것은 다소 성급한 면이 있다. 그러나 고용연장 필요성의 주된 근거로 제시된 인구변화의 영향에 대해서는 좀 더 엄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고용연장은 인구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노동력 부족 해결을 위해 과연 필요한 정책일까?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적어도 당분간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다. 첫째, 인구변화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앞으로 15년 동안은 총량적인 노동력 부족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노동인구는 그보다는 훨씬 느리게 감소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고령인구가 상대적으로 일을 많이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가 실현되고, 현재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15년 후의 경제활동인구는 현재의 96%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만약 최근 추세로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진다면 노동인구 감소폭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기술변화로 인한 노동수요의 감소도 나타날 수 있다.
둘째, 고용연장은 앞으로의 노동시장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앞으로 약 20년 동안 진행될 노동시장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젊은 취업자의 빠른 감소가 초래할 노동인구 고령화다. 35세 미만 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은 현재 24%에서 20년 후 16%로 감소할 것이다. 젊은 노동인력은 특히 고임금ㆍ고성장 부문에서 빠르게 감소하면서 우리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설사 고용연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나이든 취업자가 늘어나더라도 업종과 숙련의 차이 때문에 줄어드는 젊은 노동인구를 효과적으로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 설사 고령자가 청년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해도 지금은 고용연장에 좋은 시기가 아니다. 청년노동인구의 가파른 감소는 2002년 이후 출생자들이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5~6년 후에나 시작된다. 당분간은 매년 60만명대의 청년들이 취업에 나설 것이고, 다른 변화가 없다면 청년고용의 어려움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연장이 청년고용에 미치는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임금 및 직무구조의 충분한 변화 없이 인위적인 고용연장이 강제된다면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과 공공부문 일자리에서 청년고용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고령취업자의 증가가 직접적으로 청년고용을 대체하지 않더라도 인건비 부담을 매개로 신규채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수명이 늘고, 인구가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고용연장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고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다만 정부가 인구변화의 영향에 대한 세밀한 전망에 기초하여 적절한 정책의 순서와 시기를 결정하기를 바란다. 인구변화 대응을 위해 가까운 장래에 고령자들의 고용을 늘려야 할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따라서 빠른 결과를 얻으려 무리하기보다 나이 들어 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사회적·제도적 여건을 차근차근 바꾸어 가는 노력을 선행해도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노인빈곤 완화가 고령자 고용증가보다 더 시급한 과제이며, 일부의 주장과는 달리 고용연장은 이를 위한 좋은 수단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고용연장보다는 청년고용 증진과 여성의 경력단절 완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인구변화에 대응하는 데 더욱 효과적인 방안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