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배현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장례 기간 느닷없이 박 전 시장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했을까. 8년 전 일단락됐던 내용을 꺼내는 과정에서 배 의원이 착각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배 의원은 여전히 자신의 주장이 맞다는 입장이었다.
논란의 발단은 11일 배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배 의원은 "장례 뒤 미뤄둔 숙제를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박 전 시장 아들 주신씨는) 당당하게 재검받고 2심 재판에 출석해 오랫동안 부친을 괴롭혔던 의혹을 깨끗하게 결론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2012년 이후 잇따라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됐던 아들 박씨의 병역비리 사건을 재차 언급한 것이다. 이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몰상식한 비판"이라고 맞받아쳤고, 언쟁 과정에서 '삶은 소대가리' '머리에 우동' 같은 격한 표현까지 오갔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전체 문자메시지로 '언행 조심'을 당부했던 시기, 배 의원이 과거 의혹을 뜬금없이 재론한 이유는 뭘까. 배 의원은 13일 한국일보에 "의혹이 불거졌던 2012년 MBC 뉴스데스크 앵커였기 때문에 누구보다 사안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며 "그날(11일) 뉴스를 보다가 박주신씨가 국내 입국했다고 하니 페이스북에 쓴 것일 뿐"이라고 했다. 원내대변인이나 당 이름으로 쓴 글이 아니라, 개별 국회의원으로서 피력한 의견이라고도 했다.
'야당 대변인이 나서서 가짜뉴스를 퍼뜨린다'는 비판에는 "모든 글은 팩트에 근거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2014년 박 전 시장이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상대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뒤 아들 박씨가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아 6년 동안 재판이 진행 중이기에 '끝나지 않은 사건'이라는 게 배 의원 주장이다. 반면 진 전 교수는 2012년 2월 세브란스병원에서 공개 검증을 거쳤고, 이에 승복하지 않아 기소된 것이어서 '음모론'의 연장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였던 차기환 변호사와의 친분이 배 의원 생각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차 변호사는 2014년 당시 박 전 시장으로부터 고발당한 피고인 측을 법률대리하고 있는데, 방문진 이사 등을 역임하며 MBC 소속이었던 배 의원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차 변호사는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배 의원이 진 전 교수와 논쟁하는 과정에서 '팩트체크' 차원 차 통화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