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성추행” 박원순 영결식 날 터져나온 절규

입력
2020.07.1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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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인 前비서 측 기자회견, 진상규명 요구
"권력형 성추행… 서울시에 도움 요청 묵살” 
고소 내용 朴시장에 유출 의혹도 제기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여성 A씨 측이 13일 “전형적인 권력형 성추행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고소인 측은 이날 박 시장 장례위원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을 강행, 고소 내용까지 공개했다. 박 시장의 영결식에 맞춰 고소인 측이 진상규명을 요구함에 따라 박 시장 사건은 경찰의 ‘공소권 없음’ 처분에도 불구하고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소인 A씨 측 김재련 변호사와 A씨를 지원해 온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는 박원순 시장에 의해 위력에 의한 성추행을 당했다"며 “성추행은 4년간 지속됐다"고 밝혔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이번 피해자의 피해 상황을 접한 여성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성범죄임을 분명히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장에 나오지 않은 A씨는 입장문을 통해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면서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지르고 싶었다”고 호소했다.

김 변호사 등은 기자회견에서 고소 내용도 일부 공개했다. A씨는 4년 전 서울시장 비서실로 발령을 받은 뒤부터 박 시장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성추행은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의 물리적 공간은 물론, 휴대전화 메신저 등으로도 이뤄졌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며 단순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는 등 피해를 사소하게 만들어 더 이상 말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기자회견을 주도한 여성단체들은 그러면서 "죽음으로 사건이 무마돼선 안된다"며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고미경 대표는 "피고소인이 부재한다고 해서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경찰은 현재까지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고소인 측은 고소내용이 박 시장에게 유출된 의혹도 제기했다. 이미경 소장은 “고소 당일 피고소인에게 모종의 경로로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8일 고소장을 접수한 뒤 곧장 청와대에 보고하는 바람에 박 시장에게 고소내용이 전달됐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청와대는 즉각 부인했다.  

성추행 논란 와중에 박 시장의 영결식이 이날 서울시 청사에서 엄수됐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 형식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유족과 시·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서울시 간부 등 100여명의 제한된 인원만 참석했다. 장례위원회는 이날 고소인 측에 기자회견 연기를 요청했지만 고소인 측은 "장례기간 중에는 최대한 기다렸다. 나름대로 최대한의 예우를 한 것"이라면서 회견을 강행했다.  

최은서 기자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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