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당으로 끌려갈 강아지 십여 마리 구조한' 인도네시아 의사

입력
2020.07.13 13:56
10년 전부터 도축 위기 개 구조, 1,400마리 보호
무슬림은 개를 불결하게 여기지만 "인간처럼 신이 창조"


"이번 달에 (현지) 한국 식당으로 끌려갈 강아지 십여 마리를 구출했지만 늘 제 시간에 구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미 늦을 때가 많아요."

수도 자카르타에 사는 인도네시아 의사 수사나 소말리(55)씨는 도축될 위기에 놓인 개를 10년째 구조하고 있다. 정육점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개를 돈을 주고 사들이거나 길에 버려진 개를 데려와 키우는 식이다. 처음엔 매주 정육점에서 한두 마리 개를 구출했는데 최근 몇 달간 최대 20마리로 급증해 현재 자비와 기부금으로 마련한 5,000㎡ 대피소엔 약 1,400마리의 개가 보호받고 있다. 13일 자카르타포스트는 소말리씨의 사연을 전했다.

소말리씨는 "도살 직전의 임신한 개가 눈물을 흘리는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보고 개 구조에 나섰다”고 말했다. 무슬림이 2억7,000만 인구의 87%인 인도네시아에서 개는 그리 사랑 받는 존재가 아니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박해를 피해 동굴로 숨어들었을 때 개가 계속 짖어대서 험한 꼴을 당할 뻔했다는 전설을 믿어서다. 그래서인지 이슬람법은 개를 정결치 못한 동물로 규정한다. 개의 침은 하람(금기사항)으로 여겨진다. 개가 핥은 음식은 부정하고 개가 마신 물은 목욕물로 써도 안 된다. 예배장소에 개가 들어오면 예배는 무효가 된다. 개가 있는 집에는 천사가 오지 않는다고 믿는다. 인도네시아에서 개를 뜻하는 안징(anjing)은 심한 욕이다. 소말리씨는 "왜 히잡을 쓰고 개를 돌보는지 묻는 사람도 있지만 개 역시 사람처럼 신이 창조한 존재"라고 말했다.

현지 동물복지단체는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매년 100만 마리의 개가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카르타에만 100곳 이상의 식당이 개고기를 제공하고 있다. 무슬림들은 개고기를 먹지 않지만 다른 종교를 지닌 사람들과 일부 외국인은 여전히 개고기를 즐긴다.

소말리씨는 평소에는 지역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기부금이 줄고 더 많은 개들이 버려지면서 개를 돌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직원 30명의 월급과 개 먹이로 월 2만9,000달러(3,500만원)가 든다"고 했다. 그는 다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개고기 거래를 끝내는 것이 꿈처럼 들리지만 모든 것은 꿈에서 시작된다. 계속 싸우겠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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