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도 놀란 ‘종부세 최고세율 6%’

입력
2020.07.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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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ㆍ10 부동산 대책, 민주당이 주도
 ‘4.2%’ 정부 초안에 당 지도부 “약하다”  
김태년 “후속 입법 7월 국회서 처리”


문재인 대통령이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현행보다 2배 가까이 인상하는 7ㆍ10 부동산 대책을 발표 전에 보고 받고 놀랍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7ㆍ10 대책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했다. 강력한 대책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민주당의 의지가 문 대통령이 놀랄 정도로 강했다는 뜻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3일 본보 통화에서 “정부가 지난 10일 종부세 최고세율을 6%로 인상하는 내용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문 대통령이 최종 보고를 받았다”며 “당시 문 대통령이 예상보다 높은 세율에 다소 놀란 기색을 보였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과세표준 94억원을 초과하는 다주택자(3주택 이상과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적용되는 종부세 최고세율은 3.2%다. 과표 구간 별로 현행 세율보다 약 두 배씩 증가하는 초고강도 최종안을 민주당이 만들어내자, 문 대통령조차 놀라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본보의 문의에  “모르겠다”면서도 부인하진 않았다. 

당초 여권 안팎에서는 종부세 최고세율이 지난해 발표된 12ㆍ16 대책(4.0%) 수준을 그다지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달 8일 정부가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이해찬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 보고한 ‘초안’에는 종부세 최고세율을 4.2%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4.2% 인상안에 따른 과표 구간별 다주택자의 예상 세 부담 증가폭을 보고 받고  “투기 수요를 잡기엔 강도가 너무 약하다”며 더 강력한 대책을 정책위와 정부에 주문했다고 한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두 번째 집 이상을 갖는 것을 고통으로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강력한 대책을 추동했다.

이후 민주당 주문대로 최고세율 6% 인상안이 확정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간의 부동산 대책 중 7ㆍ10 대책에 당의 입김이 가장 많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주택 구입(취득세 최대 12%)→보유(종부세 최고세율 6%)→매각(양도세율 70%)'의 전 과정에서 세 부담이 크게 늘며 다주택자들이 ‘백기투항’ 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고용진 의원은 “25억원짜리 아파트 소유자는 예전보다 6,000만원 늘어 1억원 정도의 종부세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며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고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주택자들은 △임대주택 등록 △증여 △신탁 방식으로 종부세 ‘폭탄’을 피해왔다. 하지만 7ㆍ10 대책으로 임대사업자 제도는 폐지됐다. 다주택자가 주택 소유권을 신탁사에 넘겨 종부세 대상 주택 수를 줄이고, 세금을 아끼는 꼼수도 불가능해졌다. 이는 납세 의무자가 위탁자(집주인)가 아니라 수탁자(신탁사)인 현행법 ‘허점’을 이용한 전략인데, 정부가 법을 개정해 위탁자에 세금을 물리기로 해서다.

또 정부는 자녀 등이 집을 증여 받을 때 내는 증여 취득세율을 현행 3.5%에서 12%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 세무사는 “다주택자의 모든 우회로를 틀어막았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13일 7ㆍ10 대책의 후속 입법을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정부 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종부세, 취득세, 양도세 등 세법 개정안과 ‘임대차 3법’을 지난 주 발의했다”며 “이 법안들을 7월 국회의 최대 과제로 정하고 반드시 입법을 완료할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대책 논의에 관여한 한 민주당 의원은 “취득ㆍ종부ㆍ양도세 등 고강도 대책은 미래통합당과의 향후 협상을 고려해 우리 생각보다 더 높게 확정한 게 아니다”라며 “발표한 세율 그대로 관철할 것”이라고 별렀다. 


박준석 기자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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