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간토 대지진 당시 벌어진 조선인 학살 사건을 언급하며 코로나19를 빌미로 대두하는 배타주의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무라카미는 12일 마이니치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는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처럼 사람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분위기를 진정시키는 것이 미디어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간토 학살은 1923년 간토 대지진 직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타고 불을 질렀다'는 괴소문이 퍼져 무고한 조선인 6,000여명이 학살된 사건이다. 당시 일본 당국이 성난 민심을 돌리기 위해 자경단과 경찰, 군인 등을 앞세워 재일 조선인ㆍ중국인을 조직적으로 살해했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진상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무라카미의 이번 발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 내에서 이주민, 외국인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상황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라카미는 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라디오 방송에서도 아돌프 히틀러의 선전에 관한 말을 인용하면서 무분별한 선전 선동을 비판했다. 그는 "난 1960∼70년대 학원 분쟁 시대에 살았다. 말이 점점 거칠게 나가는 시대였다. 강한 말이 혼자 앞서가는 상황이 싫고 무섭다. 결국 그 시대가 지나면 그런 말이 전부 사라지고 만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래서 말에 대해 경고하고 싶다. 그게 오른쪽이든 왼쪽이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무라카미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하는 것처럼 제한된 문자로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신의 중심이 되고 있다"며 "그런 문장으로는 말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메시지를 발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무라카미는 코로나19 긴급사태가 발령됐을 당시 라디오 음악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는 "음악의 힘은 꽤 강하다"며 "나는 성명(聲明) 같은 것은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하지만 음악은 논리를 넘은 것이며 공감시키는 능력이 크다. 소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