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안보고 내맘대로" 난 집에서 운동한다!

입력
2020.07.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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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홈트, 조각 몸매 만들어볼까

"시ㆍ공간은 물론,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요."

홈트레이닝 족(홈트족)인 배우 홍지혜(26)씨에게 집은 가장 편안한 요가원이다. 자취방 한쪽에서 유튜브 채널을 켜놓고 요리조리 영상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이마엔 송골송골 땀 방울이 맺혀있다. 쳐다보는 사람이 없어 복장도, 머리 모양도 신경 쓸 필요 없다. 그저 마음이 내키는 때, 운동을 하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된다. 아무리 늦거나 이른 시간이어도 요가매트를 펴는 순간 집은 요가원이 된다.

홈트, 하나의 문화가 되다

‘홈 트레이닝(홈트)’의 붐이 거세다. 유튜브의 확산과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홈트가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사실 홈트가 갑자기 뚝 떨어진 건 아니다. 1998년 출시된 '이소라 다이어트 비디오'를 시작으로 줄줄이 나온 다이어트 비디오를 따라 해보거나, 집에 사이클ㆍ러닝머신 등을 구비해 운동을 시도했던 이들 모두 '홈트족'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엔 부족했다. 혼자서 하나의 운동 기구나 영상을 이용해 운동하다 보니 재미도 없고, 지루함만 커져 운동 의지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아무리 처음에 굳게 결심했다고 해도 휴식의 공간인 집은 스스로를 나태하게 만든다. 큰 맘 먹고 산 러닝머신은 얼마 못 가 옷걸이로 전락하고 만다.

홈트 유행의 첫번째 이유는 국내 유튜브 산업의 성장에서 찾을 수 있다. 집에서 맨몸이나 아령ㆍ요가매트 등 간편한 용품들을 갖고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영상들이 유튜브를 통해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온라인 퍼스널트레이닝(PT) 프로그램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여기에 올해 초 전국적으로 퍼진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홈트는 하나의 문화가 됐다. 외출을 삼가야 하는 상황, 집 안에서의 활동에도 변화가 생겼다. 집에서 휴식은 물론, 업무, 취미생활 등 다양한 활동을 소화해야 하는 사람들은 집에서 운동의 방법까지 찾게 됐다.

온라인 PT서비스를 운영 중인 '다노'의 정범윤 대표는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 이후 여유 시간을 운동에 쏟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면역이나 체력에 대한 관심 역시 커졌다"며 "하지만 운동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곳이 함께 사라지면서 집에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18년부터 유튜브에서 '요가소년'이란 요가 강의 채널을 운영 중인 한지훈(35)씨는 "코로나19 확산이 구독자 수에 영향을 미쳤다"며 " '코로나 때문에 요가원에 갈 수 없어서 알게 됐어요'라는 댓글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더 나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인증 트렌드'에 홈트는 더욱 발전했다. 혼자만의 운동을 스스로 만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과정 하나하나까지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게 되며 매력이 배가 됐다. 이는 홈트의 가장 큰 약점이던 '강제성 부족' 역시 메울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는 수많은 홈트 후기들이 경쟁적으로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다. 홈트 후 SNS에 후기를 꾸준히 올리는 홍씨는 "SNS에 운동을 인증하는 편인데, 친구들이 보고 칭찬을 해주면 뿌듯하기도 하다"며 "꾸준히 해야겠다는 자극도 받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긍정적"이라고 했다.


홈트의 장점? 단연 '자유로움'

홈트족들은 입을 모아 홈트의 장점으로 '자유롭다'는 점을 꼽는다. 특히 △시ㆍ공간의 자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의 자유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피트니스 등 운동시설까지 가서 옷을 갈아입고, 이용 중인 운동 기구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김포에 사는 주부 박모(32)씨는 "출산 이후 몸이 급격히 안 좋아져 운동이 필요했는데, 육아를 병행해야 해 홈트가 가장 적절한 선택지였다"며 "아이를 돌보는 틈틈이 시간을 내 2개월째 홈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육아휴직 중인 소방관 이용희(35)씨는 "집에서 운동을 하다 보니 남의 시선에 구애 받지 않고 편하게 할 수 있다"며 "복장 등을 신경 쓰지 않고 내 마음대로 운동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오롯이 나의 몸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인 셈이다.

갑갑한 마스크 착용이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헬스장 등 운동시설 출입 시 마스크 착용이 필수인데, 그럼에도 운동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동시에 홈트를 시작했다는 주부 이모(52)씨는 "코로나19 확산 전엔 필라테스를 다녔는데, 다시 필라테스를 하려면 마스크를 끼고 운동을 해야 한다더라"며 "생각만해도 답답할 것 같고, 아무리 소독을 한다 해도 위생이 의심돼 홈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운동하는 장소가 집이다 보니 층간소음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대학생 정모(26)씨는 "집에서의 운동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지만, 층간소음 등 이웃과의 마찰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며 "뛰거나 무거운 운동기구를 이용하는 건 피하게 된다"고 했다. 정 대표 역시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요가매트는 두께가 얇아 동적인 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최근엔 층간소음 문제를 줄일 수 있는 두꺼운 홈트전용 매트 판매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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