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환각버섯 비범죄화'를 주민투표에 부칠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되고는 있지만 워싱턴에서 주민투표를 통과할 경우 상징성에 따른 파급 효과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워싱턴을 통제하는 연방의회에서도 논쟁이 뜨겁다.
환각버섯 비범죄화를 추진하는 단체는 최근 워싱턴 주민 3만6,000명의 서명을 받은 주민투표 안건을 시 선거위원회에 제출했다. 워싱턴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하려면 2만5,000명 이상의 서명이 필요하다. 선거위는 한달 동안 서명자 검증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검증이 완료되면 11월 대선 및 상ㆍ하원 선거 때 환각버섯 비범죄화 여부를 놓고 주민투표가 실시될 수 있다.
비범죄화는 통상 합법화의 전 단계로 형식상 불법이지만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것으로 마약ㆍ성매매 문제 등에서 자주 거론된다. 주민투표에 부쳐질 법안에는 경찰이 환각버섯 재배자나 소지자에 대한 수사와 체포를 가장 후순위로 다루고 검찰이 이를 기소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환각버섯은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실로시빈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현재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비범죄화 지지 단체들은 우울ㆍ불안 증상을 비롯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사실상의 합법화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콜로라도주(州) 덴버에서 처음으로 주민투표가 통과된 뒤 같은 해에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와 산타크루즈 등도 비범죄화를 허용한 상태다. 워싱턴이 가세할 경우 실질적으로 미 전역에서 '대선 이슈'로 번질 수 있다.
워싱턴의 예산을 통제하는 연방의회에선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앤디 해리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 약물이 강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어 비범죄화시 공중 보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워싱턴 예산안 심의 때 이 안건의 주민투표 실시를 막는 부칙을 넣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해리스 의원은 2014년 워싱턴시에서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이 통과되자 연방의회 차원에서 시정부가 마리화나 합법화 정책에 예산을 투입할 수 없도록 제동을 걸었다.
반면 민주당은 주민투표를 실시해 민심대로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워싱턴을 지역구로 둔 엘리노어 홈즈 노튼 하원의원은 "해리스 의원은 상습적으로 워싱턴의 예산 승인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워싱턴을 51번째 주로 승격하는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켜 이 문제를 두고도 공화당과 대립하고 있다. 워싱턴이 연방의회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치권을 누리려고 시도하는 와중에 환각버섯 문제가 주민 의사와 연방의회 간 충돌 사례로 부각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