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선택이 장안의 화제다. 청와대는 지난 2일 노 실장이 서울 반포와 충북 청주시 흥덕구 아파트 중 반포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고 밝혔다. 하지만 약 한 시간 뒤 반포가 아닌 청주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고 정정했다. 원래부터 청주 아파트를 팔기로 한 것인데 잘못 발표한 것인지, 아니면 반포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했다가 계획을 바꾼 것인지 속사정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비교적 분명한 것은 노 실장이 아파트 2채를 두고 어느 것을 팔지 고민했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결국에는 청주 아파트를 팔고자 결단했다는 점일 것이다.
나는 노영민 실장의 결정을 솔직한 선택으로 인정해 주고 싶다. 본인은 어쩌면 반포 아파트를 팔고자 했을 수도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 놓는 가운데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에게 1주택 이외에는 모두 팔라고 권고한 것이 바로 자신 아닌가. 하지만 가족들은 아마 반대했을 것이다. 미쳤냐고, 당신이 비서실장을 평생 할 것도 아닌데 서울 강남에 딱 하나 갖고 있는 작은 아파트를 파는 것이 말이 되냐고 했을지 모른다. 반포의 아파트를 먼저 팔 때 부담해야 하는 거액의 양도세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간 시장의 경험이 가르치는 것은 서울을 한 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나도 20년 전 강남에 재건축아파트를 갖고 있다가 팔고 지방에 신축아파트를 분양받은 적이 있는데 그 뒤로 서울로 복귀하고자 할 때마다 시장의 높은 벽을 실감하곤 했다.
이번 해프닝을 통해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청와대 참모들의 다주택보유사실이 아니라 지나치게 도덕주의적인 시각에서 고안되는 부동산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청와대 참모들에게 1주택 이외에는 모두 팔라고 한다는데 이런 솔선수범을 주문하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직하게 법을 지키고 세금을 내고 거짓말 하지 않는 솔선수범은 필요하지만 공직자에게 지나치게 도덕적인 행동, 손해 보는 행동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예전에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전 재산을 헌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 후보등록당시 재산이 353억 8,000만원이었는데 대통령이 된 후 재단법인 청계를 설립해 331억원의 재산을 출연했고 이후 퇴임직전에는 46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하지만 퇴임 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한 스스로의 평가와는 달리 여러 가지 불투명한 문제가 불거져 지금은 영어의 몸이 되어 있지 않은가. 인간은 그리 선하거나 이타적이지 않다. 따라서 본성을 거슬러 손해 보는 행동을 하면 생색이 올라올 수 있고 보상심리에 따른 기회주의적인 행동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자신을 따라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판단과 정죄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본성대로 행동하는 것이 더 나쁜가 아니면 본성대로 행동한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것이 더 나쁜가. 김현미 장관은 2017년 8ㆍ2대책을 내놓은 뒤 "이번 부동산 대책의 특징은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은 불편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꼭 필요해서 사는 것이 아니면 파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청와대 참모들이 집을 팔아서 1주택자들이 되면 시장을 징벌하고 본성을 꾸짖는 어떤 추가적인 규제가 나올지 걱정이 된다. 물론 부동산보유세를 현실화하여 부동산 공개념을 확대한다든지, 투기적 행태를 억제하고 부동산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는 정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은 두려움과 탐욕, 불안에서 자유롭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에 대한 솔직한 이해를 바탕으로 철저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신중히 고안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시장을 거스르는 정도가 아니라 본성을 거스르는 단기적, 징벌적 정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