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나보타’ 미국 수입 배제 권고... 궁지 몰린 대웅제약

입력
2020.07.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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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지 뒤바뀐 보톡스 기업들
벼랑 끝 메디톡스는 회생 기회


보톡스 원료를 둘러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분쟁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예비판결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두 회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에 진출한 대웅제약 제품은 수입금지 위기에 처했고, 메디톡스는 관련 국내 소송에서도 유리해졌다. 국내 제품 허가가 취소돼 벼랑 끝에 몰렸던 메디톡스와 국산 보톡스 첫 미국 발매로 주목 받았던 대웅제약의 처지가 예비판결 이후 뒤집어진 형국이다.

ITC는 지난해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 소송에 대해 6일(현지시간)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 ‘나보타(현지 이름 주보)’가 불공정 경쟁의 결과물이라며 10년간 수입을 배제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예비판결을 내렸다. 이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지난해 1월 ITC에 공식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메디톡스는 자사의 보툴리눔균과 이를 이용한 의약품 제조 기술을 대웅제약에서 훔쳤다고 2016년부터 주장해왔다. 미국 기업 엘러간의 제품명 보톡스로 흔히 알려진 주름개선 의약품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보툴리눔균이 만들어내는 물질(톡신)의 독성을 약화시켜 제조한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균과 관련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했다며 메디톡스 주장을 반박해왔다. 이번 예비판결에 대해서도 “ITC가 자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한 정책적 판단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이의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논란이 있는 과학적 감정 결과에 대해 메디톡스 측 전문가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인용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국내 법원이 지정한 감정 시험에선 대웅제약 보툴리눔균이 메디톡스와 다르다고 볼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메디톡스는 이번 예비판결 직후 “대웅제약이 수년간 여러 나라 규제 당국과 고객들에게 보툴리눔균과 의약품 제조 과정 출처를 거짓으로 알려 왔음이 입증됐다”며 더욱 공세를 높였다. “ITC가 소속 변호사들과 함께 보툴리눔균 유전자 분석을 포함해 광범위한 검증을 1년 넘게 진행해왔기 때문에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기술을 도용했음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메디톡스는 국내에서 진행 중인 민·형사 소송에서도 대웅제약의 혐의를 밝히겠다며 벼르고 있다.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도 이미 기존 소송에 포함돼 있다.


예비판결 권고를 토대로 ITC 위원회는 올해 11월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후 이를 미국 대통령이 승인하면 절차가 마무리된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주장이 허위임을 적극 소명해 최종 판결에서 이기겠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는 “영업비밀 도용이 확인된 ITC 예비판결은 번복된 전례가 흔치 않아 최종 결정이나 다름 없다”고 맞받았다.

하지만 일단 예비판결에서 수입배제 권고가 나온 만큼 대웅제약은 미국 내 나보타 영업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나보타는 지난해 2월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3개월 뒤 현지 발매됐다. 메디톡스가 중소벤처기업부에 기술침해 신고를 한 것도 대웅제약으로선 부담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술침해 행정조사를 거부해 과태료를 부과하자 대웅제약이 이의를 제기했다”며 “추가 조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메디톡스가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판매하는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도 보툴리눔균 출처 의혹을 제기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메디톡스는 2006년 첫 국산 보톡스 제품 ‘메디톡신’을 출시했으나, 제조 과정에서 약사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지난 6월 국내 허가가 취소됐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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