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입력
2020.07.06 22:19

“세상이 네 마음대로 되느냐?”고 하겠지만, 내 세상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이제야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깨달았고, 마침내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알아냈다. 원하는 게 대단하지 않아서 놀랐고, 겨우 이것뿐이라서 놀랐다. 내 인생에 중요한 것과 내가 늙어서도 하고 싶은 것이 다르지 않다. 습관과 가치관이 일치할 때 편안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살 때 만족스럽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을 하면서, 외적보다 내적으로 훨씬 더 뿌듯함을 느끼는 삶을 살고 싶다. 나에게 어울리는 삶을 살고 싶다.

삶에 대한 비전이 명확해졌다. 돈은 핵심이 아니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알게 된 이상 모른 척할 수가 없고, 뒤로 물러날 수도 없다. 한 땀 한 땀 조각을 이어붙인 커다란 조각보가 많은 것을 감싸듯이, 나는 크고 넉넉한 조각보가 되고 싶다. 다채로운 경험과 시간으로 다져진 넓은 품으로 많은 것을 수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노후는 나중에 생각하자는 것도 이해하지만, 삶이란 갑자기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세부적인 것과 전체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고, 지금부터 그렇게 살아야 그런 삶을 살 수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해보기로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시작이다.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나를 더 믿는 일이다. 내 꿈을 생활 속에 넣어 내 잠재력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가장 훌륭한 자원은 자기 자신’이고, ‘시간을 낭비하는 건 곧 자신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내가 나 스스로를 중요한 사람으로 여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믿는다.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고, 즐겁게 느껴지는 일을 한다. 좋은 만남과 좋은 일을 기대하며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일도 환영한다. 홍차와 책으로 시작하는 아침이 익숙하고 즐겁다. 내면의 잔잔한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 기쁘다. 읽을수록 중요한 것이 줄어 자유시간이 늘어나니, 나를 잡아주는 뭔가가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있는 그대로의 나와 계획적으로 생활하는 나와의 균형을 맞춰 루틴을 정했다. 하고 싶은 것을 알아내 그 일을 그냥 해나가는 삶은 단순하고 일정하다. 그거야말로 내가 바라던 삶이다. 

하루에 한 시간을 걸은 후 항아리에 천원을 넣어 모인 돈은 기부하기로 했다. 한꺼번에 걷거나 나눠 걷기도 하는데, 덕분에 웬만한 거리는 걷게 된다. 남편과 함께 걸으면 2천원을 넣고, 혼자 두 시간을 걸어도 2천원을 넣는다. 심호흡을 하고 주변 풍경과 소리를 감상한다. 잠시 멈춰 생각하기도 하고, 떠오르는 단어나 문구를 휴대폰에 메모해 나중에 사용하기도 한다. 걷기가 나를 날씬하게 만들지는 못해도 건강과 활력은 유지해줄 거다. 시원한 바람과 청명한 날씨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뛰지 않고 걷는 것이 느리게 살려는 나와 잘 어울린다. 

하루에 2시간 글을 쓰고 천원을 넣는다. 많이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글 쓰는 모드에 쉽게 들어가기 위해서다. 글이란 결국 나의 관심을 쓰는 일인데, 쓰면서 알게 되는 과정이 재미있다. 지키는 못한 날에는 나 자신에게 실망하지만, 다음 날에 다시 시작하면 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내가 좋고, 쓰면서 배우는 내가 좋고, 내 일상이 곧바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좋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한 주를 시작하면서, 또한 하루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다짐을 합니다. 시작은 감정적이고 충동적일 수 있지만 성실한 과정은 시작의 의지에 성찰을 얹어줍니다. 과정은 시작한 일을 완성에 이르도록 하는 경로입니다. 과정이 곧 삶의 길이요, 도인 것이지요. 과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곧 ‘일상생활에서 도 닦기’입니다.” - 김용석, ‘사소한 것들의 구원’

몸으로 하면 습관이 되고, 매일의 습관은 미래가 된다. 나만의 신성한 리튜얼이자, 원하는 삶을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다. 멈추지 않고 계속하면 걷기와 글쓰기가 차를 끓이고 침대에서 쉬는 일처럼 쉬워질 거다. 몸에 붙어 내 삶 속에 자리 잡을 거다. 매일 매일의 삶이 지루하지도 쓸쓸하지도 않고, 하루가 평온하고 조용하게 충족될 것이다. 너무 애쓰지 않으며, 실패하면 반성하고 수정하면서, 그저 할 뿐이다. 주먹을 불끈 쥐고 “무엇이 될 거야”하면서 사는 것도 좋겠지만,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야”하면서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진숙 전 '클럽 리' 대표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