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 때렸다" 감독 항변에 울어버린 선수와 국회의원

입력
2020.07.06 16:20
질문 마치고 울음 터뜨린 '선수 출신' 임오경 의원 
가혹행위 피해 선수들은 감독의 회피 답변에 흐느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회의장이 눈물바다가 됐다. 

영화 '우생순'의 주인공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고 최숙현 선수의 죽음에 대한 현안보고를 듣기 위해 소집된 문체위 전체회의 도중 질문을 마치며 한 동안 머리를 숙인 채 흐느꼈다. "최 선수가 무차별적으로 맞을 때 대체 뭘 했느냐"는 임 의원의 질문에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은 “(내가) 폭행한 적 없고 선수가 맞는 소리를 듣고 팀닥터를 말렸다”며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선수 출신인 임 의원은 어린 후배 선수의 죽음에 대한 책임자들의 발뺌을 지켜보며 치밀어 오른 슬픔과 분노를 주체하기 힘들어 했다. 

문체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박양우 문체부장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상대로 최 선수가 지난 4월 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음에도 적절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팀닥터라 불린 안씨의 자격 정보를 체육회와 문체부가 전혀 입수하지 못한 점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른 의원들의 질문과 책임자들의 회피 답변을 듣던 임 의원은 한동안 주먹을 쥐고 눈을 감은 채 이를 악물기도 했다.




이날 감독과 팀닥터, 선배 선수 등의 추가 가혹행위를 기자회견으로 밝힌 피해 선수들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문체위 회의장 방청석에 자리 잡은 선수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김 감독과 선수들이 회피 답변으로 일관하자 손으로 눈가를 닦으며 흐느꼈다. 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도 선수들은 김 감독 앞을 지나칠 때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려 시선 교환조차 피하려 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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