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남북 교착 풀기 '깜짝 카드'... 박지원의 귀환

입력
2020.07.04 04:30
1면
국정원장에 '비문' 박지원 파격 발탁
안보라인 전면에 '북한통' 총동원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북한통’인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신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깜짝 지명했다. 정권의 핵심으로 꼽히는 자리를 ‘비문’ 인사에게 내주면서까지 선택한 파격 인사다. 남북관계 개선을 돌파구 삼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또 서훈 국정원장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이동시키고, 정의용 안보실장은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맡겼다. 더불어민주당 간판급 정치인인 이인영 의원을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고,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외교안보특보에 앉혔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핵심 인력을 총동원해 임기 후반 남ㆍ북ㆍ미관계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포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박 전 의원을 국정원장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정부와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문재인 정부 2기 외교안보라인 인선 특징은 북한통 전진 배치다. 투톱인 안보실장ㆍ국정원장을 모두 북한전문가로 채웠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다. 당시 국정원에서 북측과 물밑 접촉을 맡았던 인물이 서훈 안보실장 내정자다. 서 내정자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행했다. 30여년간 국정원 대북파트에서 실무부터 국장, 3차장까지 두루 역임한 최고의 북한 전문가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주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약하며 민주당 남북관계발전 및 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남북관계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종석 외교안보특보 내정자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8년 3차례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했다. 김 위원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모두 만났고, 북측에서 가장 신뢰하는 정부 고위인사라는 평가까지 받는다.

이번 인선은 결국 독자적 남북협력 기조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장기화하고 있는 북미ㆍ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깨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킬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인선 소식을 전하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서 내정자는 인선 발표 후 인사 말씀을 통해 "(남북관계 경색 국면인 만큼)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때로는 담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미국통’인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외교안보특보를 맡겨 역할을 이어가게 함으로써 미국과의 소통 또한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북미 비핵화 대화가 조속히 재개돼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끄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11월 미국 대선 전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만큼 이번 모멘텀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도 담겼다. 



문재인 정부 2기 외교안보라인의 최우선 과제는 단절된 남북대화 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2018년 이후 쌓아왔던 남북관계 단절 수순을 밟고 있다. 다만 예고했던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는 등 남측의 변화도 지켜보는 상황이다. 인사청문 절차를 마치면 대북ㆍ대미특사 파견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할 전망이다. 때마침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대화 복원을 위한 여건이 조금씩 갖춰지고 있기도 하다.


이동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