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로 1시간만 배송을 다녀도 온몸이 땀 범벅이 됩니다. 2년 전에 비해 1%도 나아진 게 없어요.”
2일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 A아파트에서 만난 택배기사 김모(57)씨는 “우리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며 이 같이 한탄했다.
이날 찾아간 A아파트는 2년 전 주민 안전을 위해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 진입을 막아 택배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곳이다. 당시의 택배분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김씨는 이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단지 입구 주차장에 차량을 세웠다. 단지 진입이 막힌데다, 진입로 높이가 낮아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게 불가능한 이유도 있다. 그는 차량 짐칸에서 택배물품 20여개를 꺼내 손수레에 옮겨 쌓아 올린 뒤 100m가량 떨어진 아파트 동으로 날랐다. 택배물품 120여개를 3시간30분가량 아파트 10개 동을 들락날락하며 나르느라 진땀을 뺐다. 차량 진입이 자유로운 아파트와 비교해 1시간30분은 족히 더 걸렸다.
그는 “손수레를 끌고 워낙 먼 거리까지 다녀야 해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물품이 떨어지거나 손수레가 넘어지는 일도 다반사”라며 “물건에 손상이 가면 기사들이 배상책임까지 져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택배기사 이모(38)씨는 “가전제품 AS서비스 차량 등은 진입을 허용하면서 택배차량만 막아선다”며 “서러울 때가 많다”고 한숨을 내쉬웠다.
이처럼 단지 내 차량 진입을 막는 아파트 단지는 다산신도시 뿐 아니라 안산 등 전국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대부분 지상에 차가 없는 공원화 단지들이다.
최근엔 택배기사들과 입주민이 충돌하는 일도 벌어졌다. 다산신도시 B아파트 관리사무소가 1일부터 택배차량 지상 출입을 막자 주요 택배회사 3개 업체 기사들이 집까지 배송을 거부하고 후문 주차장에 물품을 잔뜩 쌓아둔 것이다. 이 일로 택배기사와 관리사무소 직원 간 고성이 오가는 소란이 일었다. 2년째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택배대란이 다시 재현되는 모습이다. 2년 전에도 단지 진입을 막아서는 것에 반발, 일부 택배회사들이 택배물품을 단지 앞에 쌓아 둬 논란이 된바 있다.
입주민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B아파트의 한 주민(31)은 “주민들 안전도 지켜져야 하고, 배송 기사분들의 어려움도 이해가 된다”며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일각의 택배갑질 논란을 의식한 듯 “아파트에 사는 어린이들을 위한 안전조치지, 갑질은 절대 아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주민 안전을 무시하기도 어렵고, 이미 준공된 아파트 특성상 지하주차장 층고를 개선하기도 불가능한 만큼 택배회사가 지하주차장 진입이 가능한 저상차 도입 등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