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릿세 판치던 수락산 계곡에 160m ‘청학 비치’

입력
2020.07.0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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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정비 성공 사례, 경기도 전역으로 확산



경기 남양주 계곡에 모래사장이 조성됐다. 남양주시가 계곡 물가 자리에 어지럽게 설치됐던 음식점 평상과 좌대 등 불법 시설물을 정비한 뒤 그 자리에 해변과 같은 시민 공원을 꾸민 것이다. 전국 첫 사례다. 

1일 남양주시에 따르면 길이 160m, 폭 45㎝의 모래사장 등을 갖춘 별내면 청학천 공원(수락산 계곡)을 이날 개장했다. 이른바 청학비치다. 이곳엔 모래사장과 함께 시민 휴식처인 광장(6,800㎡)과 친수시설인 너른 바위 2개, 돌 의자 15개, 간이 음식점인 푸드트럭 등이 설치됐다. 와부읍 월문천 일대에 조성된 묘적비치도 이날 개방했다. 이곳에도 길이가 25m인 백사장과 시민들의 쉴 수 있는 데크, 파라솔 등이 설치됐다.

남양주시가 시민들이 집과 가까운 계곡과 하천에서 해변과 같은 휴식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계곡 비치'를 꾸민 것이다. 두 곳 다 경치가 좋고 물이 맑아 여름철이면 더위를 피하려는 나들이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휴양 명소다. 


남양주시는 계곡 정비사업의 불씨를 당긴 지자체다. 조광한 시장이 2018년 취임과 동시에 음식점들에게 빼앗긴 계곡과 하천을 시민들에게 되돌려 주기로 약속하면서 추진됐다. 시는 그해 청학천(수락산계곡), 구운천, 팔현천, 묘적천 등 4대 하천과 계곡에 음식점들이 설치한 평상, 천막 등 불법 시설물 1,100여개를 모조리 철거했다. 

1년 가까이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 전국에서 처음으로 계곡과 하천 정비에 성공했다. 이후 불법 영업이 발을 붙이지 못하면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계곡을 드나들며 자연을 만끽했다. 음식점들이 목이 좋은 물가 자리를 차지해 받던 자릿세도 사라졌다. 남양주시의 계곡정비사업은 경기도가 모범사례로 꼽아 도내 전역으로 확산시켰다. 


이번에 조성한 계곡 비치 역시 계곡과 하천을 시민의 쉼터로 꾸미는 정원화 사업의 일환이다. 시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조광한 시장은 “시민들이 코로나 시대에 멀리 가지 않고 집 근처 하천과 계곡에서 다양한 여가 생활을 즐길수 있도록 편의시설 확충에 더 많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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