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일정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무리해서라도 공수처법에 명시된 출범 시한(이달 15일)을 지키겠다'는 계획을 보류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위원장 독식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여론을 의식한 속도조절이다. 미래통합당이 반대하면 공수처장 인선부터 극심한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작용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공수처 출범을 놓고 당장 정면 충돌할 가능성은 낮아진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30일 본보 통화에서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15일 공수처 출범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올해 9월 정기국회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15일 공수처 출범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속도조절론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단독으로 원구성을 마친 29일까지 “공수처법 개정을 포함한 특단 대책으로 반드시 신속하게 공수처를 출범하겠다”고 밝힌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입장도 누그러졌다고 한다.
국회의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통합당 협조 없이는 구성할 수 없다. 추천위원 7명 중 2명을 통합당이 내게 돼 있는데, 통합당이 위원을 지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추천위 구성을 지연시킬 수 있다. 2명에겐 특정 후보 비토권도 있다. 통합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민주당이 단독으로 추천위 운영 규칙을 개정할 수 있는데, 상당한 무리수다. 관련 법 개정을 완료할 시간도 부족하다.
출범 강행을 주장하는 당내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박범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제라도 공수처가 제때 출범하게 할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7월15일 출범 기한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국회의 책무”라고 말했다.
관건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공수처가 법에 진행된 대로 다음 달 출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당부 드린다”고 언급했고, 24일엔 박병석 국회의장에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