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우등생이라 설마했더니...” NH證 ‘옵티머스’ 불완전판매 정황

입력
2020.06.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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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판매액 87% 달해 
피해자 “리스크 전혀없다 선전”




"라임 사태 때문에 사모펀드는 걱정된다고 했더니 그래서 더더욱 이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리스크가 전혀 없다면서요. 그게 옵티머스 펀드입니다."

지난 3월 서울의 한 NH투자증권 지점에서 사모펀드인 '옵티머스 크리에이터'(2020년 9월 만기)에 가입한 A(64)씨는 요즘 잠을 못 이룬다. 그는 이 증권사 직원의 권유로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 보증금 10억원을 이 펀드에 투자했다. A씨는 "직원에게 내년 2월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하는 돈이라 원금 손실이 있어선 안 된다고 했더니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가입을 권했다"며 "위험성이 1%라도 있었다면 여윳돈도 아닌 보증금을 맡겼겠냐"고 토로했다. 

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금을 모은 '옵티머스 펀드'의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증권에 분통을 터뜨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옵티머스 펀드 전체 판매액(5,172억원) 중 NH증권(약 4,500억원)의 판매 비중은 87%에 달한다. 

특히 파생결합상품(DLSㆍDLF, 약 11억원 어치 판매), 라임(약 180억원) 사태 등 최근의 대형 금융사고를 비교적 가볍게 지나갔던 NH증권이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서자 믿었던 투자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NH증권은 업계에서도 '펀드 판매의 최우등생'으로 꼽혀 왔다. 불과 5개월 전인 지난 1월에는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발표한 '2019년 펀드 판매회사 평가'에서 종합평가 최우수등급인 A+를 받았다. 투자자보호, 판매펀드 성과, 사후관리 서비스 등을 두루 살피는 이 평가에서 NH증권은 2016년부터 3년 이상 A+를 유지하고 있다. NH증권은 지난해 초 영업 직원의 실적 중심 핵심성과지표(KPI)를 업계 최초로 폐지하는 등 불완전판매 유발 요소를 최소화하겠단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투자자 사이에서 "설마 농협(NH)에서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판매사인 NH증권이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옵티머스 펀드의 투자 등급은 전체 6등급 중 두 번째로 위험성이 낮은 5등급이었고, 예상 수익률 역시 연 3% 안팎에 불과해 '저위험ㆍ저수익' 상품으로 소개됐다. 

또 다른 투자자 B씨는 "라임 같은 고위험, 고수익 추구와는 거리가 먼 상품이니 안심하란 말만 했을 뿐, 상품 운용구조나 혹시 모를 손실 가능성은 전혀 설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투자자들은 운용사와 판매사를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NH증권 측은 적극적인 투자자 보호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정영채 대표도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판매사로서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보상안을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NH증권 관계자는 "현재로선 실제 자금이 투입된 자산에 대한 실사와 회수가 급선무"라며 "그 이후 법적 테두리 내에서 보상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옵티머스 펀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25일 옵티머스자산운용 본사와 NH투자증권 등 관계 기관 18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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