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근무하는 6년차 보안검색 요원 A씨는 주간근무를 하는 날에는 해가 뜨기 전에 집을 나선다. 공항 인근에 거주하는 A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오전 5시 25분 집 인근을 지나는 셔틀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멀리 사는 동료들은 출근시간에 맞추려면 버스와 택시를 갈아타고 와야 합니다.”
오전 6시 30분 근무에 투입되면 그때부터 긴장의 연속이다. 승객들이 부치거나 들고 타는 짐에 기내 반입이 금지된 물품이 있는지 확인하는 수하물 판독이 A씨의 업무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에는 화장실을 가거나 물 마실 시간도 없을 만큼 바빴다고 한다.
수하물 판독은 업무가 몸에 익기까지 1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용 금속탐지기(서치기)’로 승객 신체검사를 하는 업무도 3~6개월간 지도를 받아야 한다. 한해 인천공항에서 적발되는 기내 반입 금지 물품은 333만9,654건에 이른다. 대부분이 액체류지만 총기와 실탄, 도검, 전자충격기, 폭발ㆍ인화성 물질 등도 적지 않다. A씨는 “엑스레이(X-ray)상으로 특정 물건이 위험한 것인지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1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보안검색 요원은 6개조 4교대로 일하는데, 근무형태가 수시로 바뀐다. 주간근무도 오전 6시 30분~오후 7시, 오전 7시~오후 8시 등 4가지에 이른다. 야간근무는 오후 4시~다음날 오전 7시, 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 등 두 가지 형태다. 6시간 30분~8시간 가량 일하는 변형 근무도 있다. 휴게시간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승객이 몰리는 날에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수하물 판독 업무는 눈 피로도를 감안해 45분마다 쉬는 시간을 줘야 하지만 바쁠 때는 2시간씩 연속 근무도 한다.
폭언과 욕설은 예사고 뺨을 때리는 등 폭행과 성희롱, 갑질 등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고 보안검색 요원들은 전했다.
한 보안검색 요원은 “어떤 성분인지 확인이 안 되는 가루가 발견돼 기내 반입이 안 된다고 말하자 포장을 뜯어서 가루를 뿌리면서 '왜 나한테만 이러냐'고 소리 친 승객이 있었다”며 “알아듣지 못할 줄 알고 외국어로 성적 농담을 던지거나 대놓고 얼굴이나 몸매 평가를 하는 승객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보안검색노동조합에 따르면 보안검색 요원 임금은 1년차가 270만2,000원, 7~9년차가 308만3,000원 수준이다. 총기 소지가 가능한 특수경비원 신분의 보안검색 요원이 되려면 280시간의 교육을 수료하고 서울항공청에서 주관하는 인증평가를 통과하는 등 문턱이 높지만 장기근속 비중은 높지 않았다. 2017년 5월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 이후 크게 높아졌는데, 보안검색노조 기준으로 4년차 이상 비중이 54% 정도다. 보안검색 요원 노조는 보안검색노조, 보안검색운영노조, 보안검색서비스노조, 항공보안노조 등 모두 4곳으로, 이중 기존 단일 노조였던 보안검색노조가 고연차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검색노조 김도하 홍보부장은 최근 인천공항공사 보안검색 요원 직접고용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보안검색 요원들은 모두 해 뜨기 전에 출근해 해 지고 퇴근하고 또 다시 다음날 새벽에 나서는 삶을 살고 있다”며 “사명감을 갖고 일해 왔는데, 어느새 우리는 아르바이트라느니, 연봉이 얼마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방에서 성희롱 발언을 했느니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희생양이 돼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