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추운 마을에 폭염이 찾아왔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20일 시베리아 동부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베르호얀스크 기온이 38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지역은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45도를 기록할 만큼 세계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꼽히는데요. 그 동안 평균 20도를 기록했던 6월에, 40도에 육박하는 기온이 측정되다니 무슨 일일까요?
CBS의 기상캐스터인 제프 베러델리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북극권 최고 기온 기록이 나왔다. 너무 놀랍다"며 "미국 마이애미의 최고 기온도 38도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서울 낮 기온은 23~31. 시베리아가 한국보다 더웠던 날인 겁니다.
베르호얀스크 외에 시베리아 중북부 차탄가도 이달 초 25도까지 기온이 올라갔는데, 이는 평소 대비 평균 6도나 오른 기록입니다. 20일 워싱턴포스트(WP)는 북극지역 기온이 지구상 다른 지역에 비해 2배 이상의 빠른 속도로 상승 중이라고 전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상기온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꼽습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24일 오전 KBS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서 베르호얀스크 사례를 언급하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라고 말했습니다. 반 센터장은 "예전에 나타나지 않은 기상 현상들이 지금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들어 남극에서도 영상 20도를 기록한 적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이어 "겨울과 여름 기온차가 107도 정도 벌어지는 아주 극과 극의 그런 기상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현상들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반 센터장은 특히 최근 북극 지역 기온 변화가 심상치 않다고 언급했는데요. 그는 "지구에서 가장 기온 상승이 높이 진행되는 지역이 북극"이라며 기온 변화가 가져오는 결과가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1년 내내 얼어있는 시베리아의 동토 지역을 예로 들며, 기온이 올라가면서 동토가 녹아 지반이 침하되자 이곳에 설치된 열병합 발전소의 연료 탱크가 파손되면서 경유 2만톤이 강으로 유출되는 재난이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달 29일 발생한 재난인데요. 러시아가 비상 사태를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반 센터장은 "제일 중요한 게 동토 지역이 녹으면서 그 안에 숨겨져 있었던 우레탄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며 "우레탄 경우에는 이산화탄소에 비해서 온실가스, 지구온난화를 더 심각하게 일으키는 물질"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동토층은 녹아내리게 되고, 이 지역에 설치된 시설 침하 등 각종 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입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베르호얀스크가 38도를 기록한 것 관련해 검증 작업에 나섰는데요. 23일 AP통신은 클레어 누리 WMO 대변인이 이날 러시아의 기상ㆍ환경 감시 기관인 로스기드로메트와 함께 베르호얀스크 마을의 기온 자료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