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분쟁으로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한 중국과 인도가 이번에는 모자와 티셔츠의 원산지를 놓고 맞붙었다. 인도에서 중국산 불매운동에 편승한 제품에 '메이드 인 차이나'가 표기된 것을 놓고 중국이 가짜라고 반발하면서다.
이달 초 인도의 온라인 사이트에 '보이콧 차이나'라고 선명하게 새겨진 모자와 티셔츠가 등장했다. 가격은 358루피(약 5,700원)로 수십 명의 군인이 숨진 중국과의 국경지대 유혈 사태를 거치면서 '반중 애국' 열풍이 고조돼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중국 여론은 이들 제품을 조롱했다. 모자 안쪽에 중국산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와 많은 네티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품 사진을 올리며 "중국산 불매운동을 위해 중국 제품을 파는 인도의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라고 비꼬았다. 반면 인도 네티즌은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자국의 영세업체들을 살리려 상도의마저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그렇게 촌극으로 끝나는가 싶었지만 중국 관영매체가 '음모론'을 제기하며 논란이 재연됐다. 글로벌타임스는 23일 "중국을 향해 보이콧, 혐오, 침 뱉기, 테러 등 반중 구호가 적힌 제품을 만들거나 판매하는 건 모두 불법"이라며 "제조사와 중개업자들이 이런 제품을 인도에 수출했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도 업체들이 중국에서 평범한 모자와 티셔츠를 수입한 뒤 일부로 반중 슬로건을 새겨넣은 것"이란 업계 관계자의 발언도 소개했다. 애국심을 가장한 인도 내 상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인도 현지 언론은 "당초 인터넷에 공개된 제품의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은 조작일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곧바로 "실제 인도에서 '보이콧 차이나'라고 새겨진 다른 업체의 티셔츠가 팔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인도로 수출한 장난감, 섬유, 주방집기, 화장품 등 일상 생활용품의 규모는 70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인도에서는 대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이들 수입품부터 국산으로 대체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