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지만 강경파에 둘러 싸여 있다는 취지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위원장도 북한 내 강경파를 다루기 어렵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군사 훈련 중단을 요청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했다. 볼턴은 그러나 강경파와 온건파 논리는 양보를 받아 내기 위한 공산주의 국가의 오래된 각본이라고 주장했다.
22일 본보가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후속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던 9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싱가포르에서 훌륭한 회담을 갖고 김정은과 좋은 우정을 구축했지만 갑자기 아무런 거래도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관계를 증진하고 비핵화를 하는 데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지만 그 주변에 있는 김영철과 다른 사람들이 무례한 태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날 것을 제안했다고 볼턴은 전했다. 주변의 강경파로 인해 협상이 진척되지 않는 만큼 비핵화 의지가 있는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날 것을 권했다는 얘기다.
실제 김 위원장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미국처럼 북한에도 강경파가 있기 때문에 쉽게 극복할 수 없는 국내 정치적 장애물이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백했다고 볼턴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체면을 세우면서 북한 내 여론의 지지를 얻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군사훈련 규모를 줄이거나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이를 제기했으나 문 대통령이 미국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대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은 도발적이고 돈과 시간 낭비"라며 즉석에서 이를 받아들였다고 볼턴은 전했다.
북한 내 강경파는 또 다른 대목에서도 등장한다. 북한이 싱가포르 회담 전 미국인 인질 3명을 석방했지만, 미국이 별다른 대가를 주지 않아 북미간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에 중국은 북한 내 강경파들이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인질을 석방한 것을 두고 김 위원장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볼턴은 책에서 강경파와 온건파 논리는 상대방의 양보를 받아 내기 위한 공산주의 국가의 오래된 각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산주의 국가들은) 강경파와 온건파 간 갈등 이야기로 쉽게 잘 속는 서구인들에게 겁을 줘서, 서구가 온건파를 지원해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불쾌한 결과물을 받아들이게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