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북전단 살포’ 수사 본격화…40명 규모 TF 구성

입력
2020.06.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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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단체 2명 입건…수소통 20개 압수

경찰이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엄정히 사법처리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후속조치로 대규모 전담팀을 꾸리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이용표 서울경찰청장은 22일 서울 내자동 서울경찰청사에서 정례 기자간담회를 열어 “통일부가 수사를 의뢰한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사건과 관련해 보안부장을 팀장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40명 규모인 TF에는 안보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보안수사과 직원들이 대거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11일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민단체 2곳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서울경찰청에 전달했다. 탈북민 출신 박상학씨와 그의 동생 박정오씨가 대표로 있는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이 수사 대상이다. 두 단체는 대북전단과 소책자 등을 대형 풍선에 매달거나 쌀을 담은 페트병을 바닷물에 띄워 북으로 보내왔다. 

시민단체들도 두 단체에 대해  2건의 고발장을 냈다. 이들의 행위가 형법상 이적 혐의 등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이 청장은 "수사의뢰서와 고발장에 적시된 범죄 혐의에 대해 법률 검토와 함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압수수색 등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최근 탈북민단체 인사 2명을 입건했다. 경기 김포시와 연천군 등 대북전단이 살포된 접경지역 5곳에 수사관을 보내  주민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도  벌였다.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탈북민단체가 대형 풍선을 북으로 띄울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소가스통 20개를 발견해 압수했다. 이 청장은 "대북전단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 면밀히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지난 1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대북전단 살포는 불법행위라며 엄정한 사법처리를  강조한 바 있다. 대북전단 살포 예상 지역엔 경찰력을 최대한 동원해 단속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남북은 1972년 7·4 공동성명에 이어 1992년과 2004년, 2018년 등 여러 차례 이른바 '삐라' 살포 중단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남북간 삐라 갈등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대북 심리전 강화를 위해 대북전단 살포가 재개됐고, 북한도 맞불 차원에서 대남 전단을 뿌렸다.  그간 대북전단을 뿌렸다는 이유로 탈북민단체가 사법처리된 사례는 찾기 어려울 정도로 드물다.

한편 LG전자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최근 2명을 추가로 입건, 입건자는 총 3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중구 LG서울역빌딩에 있는 LG전자 한국영업본부 인사팀과 마포구 상암동의 LG CNS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개했다. 경찰은 지난 18일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보안 문제로 수사에 필요한 자료 접근이  어렵자 압수수색을 중단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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