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 마침내 한국서도 '내셔널 타이틀' 획득..."상금 전액 기부"

입력
2020.06.22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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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 우승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캐나다에서 내셔널 타이틀을 획득했던 유소연(30ㆍ메디힐)이 마침내 한국 내셔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내에서도 '꾸준함의 대명사'로 여겨져 온 그는 국내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역사상 가장 긴 전장과 최고 수준의 난이도의 대회장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치며 '일관성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지난 2월 호주여자오픈 이후 약 4달 만에 공식대회에 나서 우승한 유소연은 우승 상금 전액을 기부할 뜻을 밝혔다.  

유소연이 21일 인천 서구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ㆍ6,929야드)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기아한국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1개를 묶어 이븐파를 기록,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라운드가 진행 될수록 코스 난이도가 점차 높아졌지만, 유소연은 마지막 날 힘을 낸 김효주(25ㆍ롯데)의 매서운 추격을 따돌리며 우승 상금 2억5,000만원과 카니발 차량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2009년 중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은 2011년 US여자오픈, 2014년 캐나다 여자오픈, 2018년 일본여자오픈을 휩쓸며 내셔널 타이틀 수집가로 이름을 날렸다. 한국여자오픈에서도 2008년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연장 접전 끝에 신지애(32)에게 밀려 우승을 놓친 뒤로 10년이 넘도록 우승하지 못했다. 유소연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자신의 통산 5번째 내셔널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아쉬움을 씻어냈다. 


유소연은 이번 대회에서 매 라운드 선두 경쟁에 놓여있었다. 1라운드만 6언더파로 고진영(25ㆍ솔레어)에 이은 공동 2위로 마쳤고,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선 각각 5언더파와 1언더파를 기록하며 모두 단독 선두로 마무리했다. 앞선 라운드보다 길어진 러프, 빨라진 그린 스피드로 한층 난이도 높아진 4라운드에선 전반 9홀동안 5번홀 버디와 9번홀 보기를 묶어 이븐파로 마무리한 사이 김효주가 5,6번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추격을 허용했다.

끝까지 한 타 차 우승 경쟁을 이어간 두 선수는, 18번홀에서 나란히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렸지만 '벙커샷의 정석'을 보이며 위기를 탈출했다. 김효주가 2m 가량 남긴 파 퍼트를 성공해 11언더파로 경기를 마무리한 뒤, 유소연이 파 퍼트를 안정적으로 성공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유소연은 우승을 확정한 뒤 "대회를 시작하기 전까지 오래 쉬었던 터라 우승을 목표로 두기보단 4라운드 완주에 목표를 뒀다"면서도 "잘 쉰 데다, 부담 없는 마음가짐으로 대회에 임해 좋은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5개 대회 내셔널 타이틀을 차지한 그는 "이번에 우승하면서 (영국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도 도전해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전격적인 상금 기부 뜻도 밝혔다. 유소연은 "3라운드를 마치고 오늘 우승하게 된다면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곳에 기부를 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며 "(우승 후)시상식 전에 어머니와 통화하며 '기부 소식이 전해져도 놀라지 마시라'고 했는데, 흔쾌히 뜻에 공감해주셔 고마웠다"고 했다. 다음달 말 개막하는 LPGA 투어 참가 여부에 대해선 "일단 당분간 후식을 취한 뒤 결정하고 싶다"고 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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