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22ㆍ키움)가 이번엔 장타력을 장착했다. 20일 현재 벌써 한 시즌 개인 최다인 7홈런을 쳤다. 2018년과 2019년 6개씩 쳤지만 이번 시즌 41경기만 뛰고도 종전 기록을 넘어섰다. 지금 페이스라면 한 시즌 20홈런도 가능하다.
2017년 신인왕 출신 이정후는 그 동안 장타력이 아닌 정교함으로 무장한 교타자였다. 데뷔 첫해 신인 최다 안타 기록(179개)을 작성하며 아버지 이종범도 받지 못한 신인왕을 받았고, 지난 시즌엔 200안타에 도전했지만 193개에서 멈췄다. 3년간 통산 타율은 0.338로 NC 박민우(0.343) 다음으로 리그에서 가장 높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정후는 강한 타구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스프링캠프를 가기 전 그는 “강하게 치는 훈련을 많이 하겠다. 강한 타구를 날리면 그만큼 타구도 빨라져 안타가 나올 확률이 크다”며 “강하게 치다 보면 홈런도 나올 것이다. 지난해보다 (홈런을) 많이 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비시즌 동안 준비한 결과물이 빛을 보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까지 82㎏였던 몸무게를 87㎏으로 늘렸고, 히팅포인트를 5㎝ 정도 앞당겼다. 또 밀어 쳤을 때보다 잡아당겼을 때 안타 확률이 높은 걸 인지하고 몸쪽 또는 가운데 코스 공을 강하게 당겨 치려고 했다.
그 결과, 이정후가 전력분석실에서 확인한 라인드라이브 타구 속도는 지난해 시속 145㎞에서 155㎞로 10㎞ 늘었다. 강한 타구를 생산하면서 홈런뿐만 아니라 장타율 역시 지난 시즌 0.456에서 0.641(5위)로 상승했다. 장타가 늘었다고 정교함이 떨어진 건 아니다. 타율은 0.378의 고타율로 리그 4위다.
이정후는 “오래 전부터 강한 타구를 열망했다”며 “전력분석팀의 분석을 듣고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얻어 훈련하니 타구 속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몸무게는 시즌 중이라 자연스럽게 2㎏ 빠진 상태”라며 “홈런을 치겠다고 찌운 건 아니지만 나이를 조금 더 먹으면서 근육량도 늘어난 것 같다. 여러 요인이 겹쳐서 장타가 예전보다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정후의 성장을 지켜보는 사령탑은 눈이 즐겁다. 손혁 키움 감독은 “잘 치긴 정말 잘 치는 것 같다”며 “수비 없는 데로만 타구를 보내는 걸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타력과 맞히는 능력을 둘 다 갖고 있으면 그보다 좋을 수 없다”고 칭찬했다.
이미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한 이정후는 홈런보다 2루타 생산에 더 욕심을 냈다. 그의 최다 2루타는 2018년 34개다. 올해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18개를 쳐 개인 기록 경신은 시간 문제다. 좀 더 욕심을 내면 제러드 호잉(한화)이 보유하고 있는 역대 신기록(2018년 47개)도 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