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애 옆에 귀여운 애... 자가번식 공장서 구조된 강아지들

입력
2020.06.21 12:11
[가족이 되어주세요] 243. 2개월 루시ㆍ애니ㆍ연근


2016년 4마리→ 2020년 100여마리

경기 파주의 한 공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개를 좋아했던 공장 아저씨는 당시 오갈 데 없는 유기견 네 마리를 구조해 공장으로 들였습니다. 하지만 개를 기르는 방법에 대해 몰랐던 아저씨는 밥만 챙겨줬을 뿐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았고 4마리의 개들이 번식을 거듭하면서 100여마리까지 늘어나게 된 겁니다.

100여마리가 대부분 진도 믹스견에 생김새도 비슷한 이유이지요. 아저씨는 개들이 행여 잘못될까 입양도 보내지 못했고 매일 쌀을 끓여 개들을 먹였다고 합니다. 40여마리까지는 이름도 지어주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개체수가 급속히 늘며 개들은 좁고 열악한 공장에서 부대끼며 살게 됐고,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기도 하고 개들끼리 싸움도 자주 일어나게 됐습니다.


아저씨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한 시민이 동물권 행동단체 카라에 도움을 요청했고 카라는 아저씨와 개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로 했지요. 카라 활동가들이 방문했을 당시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100여마리 가운데 이미 배가 만삭인 개들도 눈에 띄었고, 일부 성견들은 약한 강아지들을 공격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아저씨가 애정을 가지고 돌보긴 했지만 2, 3세대로 갈수록 사람을 낯설어하거나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특히 쇠를 다루는 공장이다 보니 개들은 쇳가루를 먹고 있어 건강에도 좋지 않은 환경이었습니다. 

카라는 반려동물이 낳은 새끼들을 무분별하게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입양을 보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1m의 짧은 줄에 묶여 평생 살아가는 시골개 문제를 비롯해 개농장 문제, 좁은 공간에서 동물을 키우는 애니멀호딩, 동물 방치 등 동물학대 문제가 결국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입양을 보내는 것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카라는 이달 초 임신 상태인 개들과 중성화 수술이 어려운 강아지들을 구조했습니다. 이달 13, 14일에는 입양 준비가 된 40여 마리의 개를 대상으로 ‘귀여운애 옆에 귀여운애’ 입양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10여마리는 다행히 가족을 찾았지요. 또 아저씨와 살아갈 성견 50여마리에 대한 중성화 수술도 진행했습니다.  

루시와 애니, 연근이(모두 2개월령·암컷)는 아직 입양 가족을 만나지 못한 강아지들입니다. 루시는 구조 당시 구석에 누워만 있어 활동가들의 눈에 띄었는데, 조금 소심한 성격이지만 활동가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새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중입니다. 애니는 귀여운 외모로 입양행사에서도 인기가 많았지만 정작 가족은 만나지 못했다고 하네요. 연근이 역시 아직은 소심한 성격이지만 마음을 연 활동가들에게는 애교가 많다고 해요.


루시, 애니, 연근이는 이제 막 세상에 눈을 뜬 강아지들입니다. 제일 귀엽고 호기심도 많을 시기이지요.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많은 것을 배울 중요한 이 때, 보호소가 아닌 한 가족의 품에서 살아갈 기회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세계 첫 처방식 사료개발 업체 힐스펫 뉴트리션이 유기동물의 가족 찾기를 응원합니다. ‘가족이 되어주세요’ 코너를 통해 소개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가족에게는 미국 수의사 추천 사료 브랜드 ‘힐스 사이언스 다이어트’ 1년치(12포)를 지원합니다.

▶입양문의: 카라 https://www.ekara.org/adopt/application/ko/create?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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