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감 이하 경찰 공무원이 가입할 수 있는 경찰 직장협의회(직협)가 18일 각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공무원 직협법이 제정된 지 22년 만이다. 경찰청과 각 지방경찰청, 경찰관서 별로 설립할 수 있는 경찰 직협은 경찰관들의 고충을 모아 청장 및 기관장에게 전달하고 논의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이날까지 295개 경찰 관련 기관 중 47개 기관의 직협이 닻을 올렸다.
전국 경찰을 지휘하는 경찰청의 초대 직장협의회 위원장을 맡은 이소진(41) 경위는 "보수적인 경찰 조직에서 현장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경찰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만큼 경찰청 직협 역시 전국 각 직협의 교섭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조직이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내 직협 사무실에서 만난 이 경위는 “경찰관들의 애로를 깊게 듣고 실질적인 변화를 도출해 낼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1998년 제정된 공무원직장협의회법에 따라 6급 이하 공무원은 직협을 설립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ㆍ재산을 지키는 업무를 하는 경찰은 이해관계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찰이 민주적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면서, 지난해 12월 경찰도 직협 설립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경찰청은 직협에 가입할 수 있는 인원을 전체의 85% 수준인 약 1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경위는 직협의 전신 격인 경찰청 내 소통기구 ‘현장활력회의’ 대표로 지난 2년 간 활동해 왔다. 특유의 친화력과 설득력으로 동료들의 지지를 받아 직협 대표에도 올랐다. 이 경위는 ‘유연한 리더십’을 중점에 두겠다고 했다. 그는 “조직 내 일부 소극적 분위기가 있었지만 그간 경찰에는 현장 목소리를 대변할 창구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출발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며 “인사, 소통 문제 등 직원들이 말하는 애로 사항에 관해 상부와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는 부드럽게 설득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 경위는 직협이 입직 경로나 성별에 따른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는 역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도 이 경위의 이력이 십분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위는 경찰 조직 내 소수인 여성이자 특채 출신(2007년 사이버 경장 특채)이다. 그는 “많이 변화하긴 했지만 승진 등 인사에서 성별, 입직 경로 등이 여전히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고, 특히 여경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포착되기도 한다”며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에 다양한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여 대안을 마련해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출범한 경찰청 직협은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첫 안건 도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위원장과 협의위원 4명이 구성원을 대표해 논의를 이끌 예정이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