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포스코도 "미국 현지 생산 강화"...추가 투자 고심하는 기업들
4월 2일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 발표를 앞두고 현대차 그룹을 비롯해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현지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기업들의 미국 투자 대부분이 제조업을 비롯한 그린필드 투자 형태라 투자를 할수록 미국 수출도 늘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의 빌미가 된 대미 무역 흑자로 이어져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테네시 공장에 냉장고, 오븐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가건물을 올리는 작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세탁기 관련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자 LG전자는 미국에 세탁기 공장을 지었는데 생산 시설을 추가로 지을 수 있게 부지를 넉넉하게 사뒀다. 조 대표는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되면 지체 없이 (미국으로의 생산지 이전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LG전자의 생산 시설이 있는) 한국, 태국, 베트남도 미국의 대미 흑자국이기 때문에 (상호관세 적용 등) 문제가 생기면 (대미국 수출 물량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도 미국이 수입산 철강에 관세를 내게 하면서 현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주태 포스코 미래전략본부장은 20일 주주총회에서 "인도, 미국과 같은 고성장 고수익 시장에서 완결형 현지화 전략을 통해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3조6,000억 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발표하면서 조달 자금 중 8,000억 원은 미국 시장 등을 겨냥한 해외 조선 투자에 쓰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미국 보잉의 항공기와 GE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 도입에 속도를 내기로 하고 최근 3사 협력 강화에 서명했다.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통상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대(對)미국 수출의 상당수는 미국 현지 생산 시설에 중간재를 조달하는 '기업 내 거래'라 트럼프 요구대로 투자를 늘리면 그만큼 수출도 늘 수밖에 없다"며 "무역 흑자를 이유로 미국으로부터 더 큰 통상 압력을 받을 수 있으니 우리 정부가 이 점을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내 한국 현지 법인의 전체 매입 중 61.4%가 한국으로부터 조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한국 매입 27%)은 물론 세계 평균 43.3%보다 압도적으로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