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선출 어긴 헌재, 국민 불안하게 해"... 野, '한덕수 먼저 선고'에 유감

입력
2025.03.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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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치적 요구 휘둘리는 것 아니냐" 비판
尹 탄핵 임박 기대감도... "재판관 판단 모였단 의미"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 선고일을 먼저 정하자 야권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번 선고에서 한 총리 탄핵 사유 중 '비상계엄 당시 방조여부'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는 만큼,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도 곧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보였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0일 “한 총리 탄핵소추에 대한 선고기일이 먼저 잡힌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헌재가 윤석열에 대해 선입선출의 원칙을 어그러뜨린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고 밝혔다.

국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먼저 처리한 만큼, 헌재도 접수 순서대로 탄핵 심판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당은 헌재가 한 총리에 대한 탄핵 기각 결정을 먼저 내릴 경우에는 이어질 윤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조 수석대변인은 “박성재 법무부장관까지는 선입선출의 원칙을 지켜왔는데, 왜 선입선출을 어기고 먼저 한덕수에 대해 선고하겠다는 것이냐”며 “윤석열에 대한 선고기일을 지체 없이 결정해 파면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야권은 또 한 총리 탄핵안 선고를 먼저 내리는 것이 보수진영의 헌법재판관에 대한 압박 때문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 직후 당대표실에서 열린 민주당 지도부 논의에서도 이런 비판이 나왔다. 조 수석대변인은 "헌재가 기본적으로 본인들이 약속했던 사항도 지키지 않는 배경과 이유가 뭐냐"며 "너무 정치적인 요구나 주장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도 “‘한덕수부터 선고하라’ ‘이재명 선거법 재판 뒤에 선고하라’는 억지스러운 주장에 경도된 것이 아니길 바란다”며 “헌법재판관들이 지나치게 정무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 총리 탄핵안에 ‘윤석열 비상계엄 관련 위헌·위법 행위와 내란 행위의 공모 또는 묵인과 방조’ 사유가 담겨 있는 만큼, 한 총리의 위법 여부 판단이 나오면 윤 대통령의 탄핵 선고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 총리 선고 일정을 공유하며 "안개가 걷히고 있다"고 적었다. 김 수석대변인도 “한덕수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내란수괴 윤석열의 내란 행위에 대해 재판관들의 판단이 어느 정도는 모였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며 “멀지 않은 시점에 윤석열 재판도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