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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신을 맹렬하게 믿는다. 또 한 사람은 법 집행자이나 신은커녕 법까지 불신한다. 마지막 한 사람은 어려서 학대받다 악마의 환영에 시달리고 이상 성욕으로 이를 극복하려 한다. 세 사람이 서로 악연을 맺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연상호 감독의 새 영화 ‘계시록’은 각자의 강박 속에 갇혀버린 사람들이 빚어내는 스릴과 공포를 전한다.
민찬(류준열)은 개척교회 목사다. 그는 성실하고 독실하다. 허름한 동네 낡은 건물에서 전도에 힘을 쏟는다. 그는 발밑이 꺼질 듯한 상황에 처해 있다. 아내 시영(문주연)이 수상하다. 남편이라는 입지가 타격을 입고, 목사라는 위치가 곤란해질 일이다. 그런 그에게 성범죄자 양래(신민재)가 나타난다.
민찬은 어린 아들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양래를 의심하고 그를 쫓는다. 민찬이 사는 곳에 새로 부임한 여자 형사 연희(신현빈)는 양래 뒤를 밟고 있다. 양래 때문에 여동생을 잃은 분노가 연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민찬과 양래, 연희는 서로의 삶을 침범하며 목숨을 위협한다.
민찬은 양래를 의심하다 의도치 않게 폭력사건에 휘말린다. 그는 자신에게 몰아친 불운을 눈앞에 나타난 어떤 이미지 때문에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이후 범죄자 처단에 나선다. 신의 뜻이 자신과 함께한다는 광신 때문이다.
민찬만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을까. 연희는 죽은 여동생의 환영에 시달린다. 그는 경찰대를 졸업한 형사이면서도 사적 복수를 꾀한다. 범인의 성장 환경과 정신 상태를 감안해주는 법은 정의롭지 않다고 여긴다.
악당이라는 수식이 가장 잘 어울릴 양래도 자기만의 세계에 산다. 그는 악랄한 범죄자이지만 딱한 사연이 있다. 가정폭력이 그를 반사회적 인물로 만들었다. 그는 구제받아 마땅한 인물인가 아니면 자신의 불행을 방패 삼아 욕정을 해소하려는 악질에 불과할까.
연 감독은 애니메이션 ‘사이비’(2013)와 드라마 ‘지옥’(2021·2024) 시리즈처럼 다시 종교를 화면 중심에 둔다. ‘계시록’에서 종교(기독교)는 무기력하다. 종교는 목회자들의 안락을 위한 도구로 쓰이거나 자기 행위의 변호를 위한 방어막으로 쓰인다. 각기 다른 지옥에 사는 연희도, 양래도 종교의 구원을 받지 못한다. 맹목적인 믿음을 벗어나 이성을 나침반 삼을 수 있는 자만이 구원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종교에 대한 연 감독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극단적인 상황의 사람들끼리 싸우면서 벌어지는 여러 일이 긴장을 만들어낸다. 작은 반전들이 주기적으로 여러 차례 있다. 회마다 다음 회를 기대하도록 이야기를 구성하는 드라마의 서사 방식을 닮았다. 잔재미가 이어지나 이야기의 뒷심이 약하게 느껴지는 이유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