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수 구함" 보험금 노린 고의사고, 90%를 '2030'이 벌였다

입력
2025.03.20 13:24
지난해 고의사고 1738건 적발... 431명 수사의뢰
사고다발 교차로나 야간 노려, 친구·가족 공모

"공격수 구합니다. 추석 전 돈 좀 필요하신 분들, 뜻 맞는 분들만 연락주세요."

지난해 8월 16일 한 고액 아르바이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과 합의금을 타내려는 데 가해 차량 운전자를 맡아줄 '공격수'를 구하는 '보험빵'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였다. 급전이 필요했던 A씨가 미끼를 물었다. 사흘 후 A씨는 경기 고양시의 한 교차로에서 게시물을 쓴 B씨와 접선, '가짜 진로변경 사고'를 일으켜 보험금을 타냈다. 그러나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하던 금융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금융감독원은 20일 지난해 자동차 고의사고 보험사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국은 총 1,738건의 '가짜 사고'를 적발했고, 보험금 82억 원을 부당하게 수령한 혐의자 431명을 수사의뢰했다.

20대가 245명(56.8%)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30대(137명)까지 더하면 2030이 고의사고 혐의자의 88.6%를 차지했다. 직업별로는 일용직이 23명으로 가장 많았고, 배달업 21명, 자동차관련업 17명, 학생이 16명 순이었다.

당국은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층이 주변 친구나 가족과 공모해 보험금을 타내려 고의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혐의자 431명 중 403명이 친구, 가족, 직장동료 등 지인들과 사전에 입을 맞춰 가해자와 피해자로 역할을 분담하는 식으로 고의사고를 계획했다. 일부는 A씨처럼 온라인상의 모집글을 보고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은 차선이 복잡해 사고가 잦은 교차로나, 시야가 어두운 야간을 활용해 가짜 사고를 냈다. 차가 많은 버스터미널 사거리와 차선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은 회전교차로 등이 이들의 주요 범행 장소였다. 예컨대 1·2차로가 좌회전 차로인 교차로에서 2차로의 C 차량이 좌회전하는 도중 차선을 침범했을 때, 1차로의 D 차량이 감속 없이 C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는 식이다.

사고 유형 중에서는 진로변경이 1,078건으로, 절반 이상(62.0%)이었다. 상대 차량의 차선 변경을 알면서도 감속하지 않거나 오히려 속도를 내 고의로 추돌한 것이다. 교차로 사고도 207건(11.9%)에 달했다. 사고 이후에는 경찰 신고 없이 현장에서 합의를 종용해 돈을 타냈다.

당국은 손해보험협회와 함께 고의사고 다발 지역에 대한 예방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청년층에 대한 금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사진이나 블랙박스 등 고의성 분석에 필요한 증거자료 확보가 중요하다"라며 "고의사고가 의심될 경우 적극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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