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료 연구진이 척수마비 환자가 다시 걸을 수 있게 하는 수술 치료법을 개발했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상하이 푸단대 '뇌유사지능과학기술연구소'의 자푸민 교수팀의 임상시험에서 척수마비 환자 4명이 '삼중 통합 뇌-척추 인터페이스 기술'을 적용한 수술을 받고 하루 안에 다리를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세계 최초 '삼중 통합 뇌-척추 인터페이스 기술'의 핵심은 잠복한 신경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른바 '신경 리모델링'이다. 뇌와 척수에 직경 1mm 전극 칩 두 개를 이식해 '신경 우회로'를 만들어 신체 경로를 다시 연결한다. 전극 칩은 환자의 뇌에서 신경 신호를 수집하고 디코딩한 다음 특정 척추 신경 뿌리에 시공간적 전기 자극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푸단대에 따르면, 한 피실험자는 2년 전 3m 높이에서 떨어져 뇌와 척수 사이 신경이 끊어지는 바람에 하반신 마비가 됐다. 올해 1월 8일 4시간 수술을 받았고, 24시간 이내 두 다리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수술 후 2주째 오른쪽 다리를 들어올리거나 움직이는 장애물에 빠르게 반응했고, 보조 장치의 도움을 받아 5m 이상 걸을 수 있었다. 약 2달 뒤 그는 "발이 따뜻하고 땀이 나고 따끔거리는 느낌이 든다"며 "서 있을 때 다리 근육이 수축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한다.
SCMP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로 환자를 로봇 팔다리나 컴퓨터 같은 외부 장치에 연결하지만, 이번 푸단대의 기술은 외부 장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스위스 연구팀의 유사 연구는 수술 후 약 6개월 후에 신경 리모델링 효과가 관찰됐지만, 푸단대 연구에서는 단 2주 만에 나타났다.
수술에 사용된 모든 의료기기를 중국에서 자체 생산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자 교수는 "과거에는 외국의 고급 의료기기에 의존했지만 이제 우리는 미지의 영역에 진입해 세계 최초의 독창적 뇌-척추 인터페이스 시스템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과학저널 네이처가 발표하는 '네이처 인덱스'에 따르면 건강 과학 분야에서 미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중국이 2위로 바싹 뒤쫓고 있는데, 그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게 SCMP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