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두를 위한 삼성이 돼 달라"고도 했다. 기업이 경제의 3대 주체인 만큼 국가적 위기를 이겨내려면 삼성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두 사람의 만남은 4년 만이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비공개로 식사 자리를 가진 뒤 공식 회동은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가 차일피일 늦어지는 와중에도 민생 경제를 챙기면서 수권 정당의 이미지를 굳혀가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전날 각종 테러 위협에 방탄복을 갖춰 입고 윤 대통령 파면 촉구 도보 집회에 처음 참여했던 이 대표는 이날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등장했다.
회동 장소는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였다.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AI(인공지능) 개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최근 AI 산업 육성을 강조해온 이 대표는 민간 기업이 공공영역을 담당하는 긍정적 사례라고 추켜세웠다. AI 기본사회를 띄운 이 대표는 "삼성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훌륭한 생태계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과실을 누리면서 새로운 세상을 확실히 열어가길 기대한다"며 "공공영역에서 모범 투자 일부를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최근 반도체 등 주력 산업 경쟁력 저하로 위기론이 불거지며 '사즉생'까지 거론한 이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사진을 찍거나, 청년 교육생들과 '볼하트' 포즈도 취하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대표는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한 삼성의 역할도 당부했다. 10분간의 비공개 회동에서 "일본과 비교했을 때 공공외교에서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기업과 정부가 긴밀히 협력해 대응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변하는 대외 정세에 대응하려면 정부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니 기업도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삼성 측도 이 대표의 얘기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다만 정치권과 재계의 가장 민감한 이슈인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 문제나 '상법 개정안'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수석대변인은 "반도체 특별법은 근로시간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필요할 것"이라며 "삼성에서 특별히 요청한 것도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