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이 지난해 11월 강원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일대에서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7사단 소속 고(故) 정인학 일등중사(현 하사)로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국유단에 따르면 전북 정읍시에서 4남 6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고인은 1951년 9월 18세의 나이로 입대, 6·25전쟁에 참가했다. 휴전 협상 막바지였던 1953년 7월 '적근산-삼현지구 전투'에 참전했다가 휴전을 이틀 앞두고 스무 살의 꽃다운 나이에 전사했다. 이 전투에서 국군 7사단과 11사단은 중공군 4개 사단의 공격을 격퇴하고 반격으로 전환해 전선을 안정시켰다. 고인은 휴전을 앞두고 한 치도 물러설 수 없었던 시기에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다 장렬히 전사했다.
국유단은 "고인은 올해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호국영웅"이며 "철원군 주파리에서 집단으로 발굴된 유해 19구 중 첫 번째로 신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2000년 4월 유해발굴사업을 시작한 이래 신원이 확인된 호국영웅은 249명으로 늘었다.
고인의 유해를 찾을 수 있었던 건 현지 부대의 공이 컸다. 7사단 예하 대대장인 장준혁 중령은 지난해 10월 작전지역 지형 정찰 중 지상에 노출돼 있던 방탄헬멧과 수통을 발견하고 국유단에 제보했다. 그 결과 고인을 포함해 8구의 유해를 발견했고, 고인은 방탄조끼를 착용한 채 구부려 엎드린 모습으로 묻혀있었다. 해부학적 '완전유해'로 발굴됐는데,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이날 유가족 요청에 따라 충남 천안시 유가족 자택에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가 열렸다. 여동생 정병숙(69)씨는 고인이 전사한 뒤 태어나 당시 모습을 알지 못하지만, 자주 상상했다고 했다. 정씨는 "유전자 시료 채취 당시엔 어머니가 꿈에 보였고, 유해 찾았다고 연락 온 전날엔 아버지가 꿈에 나왔다"며 "나에게 오빠의 유해를 받으라고 나타나신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