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해 이 회사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사재 출연 의사를 밝힌 데 대해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18일 "진정성 없는 임시방편"이라고 지적했다. 보다 구체적인 약속을 내놓아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는 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이후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신청 2주 만에 여론이 악화하고 정치적 압박도 커지니 김 회장이 '사재 출연'을 발표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MBK파트너스가 "특히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김 회장이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문을 낸 것은 '김병주 책임론' 확산에 떠밀린 결과일 뿐이라는 뜻이다.
안 위원장은 해당 발표를 두고 "소상공인 결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홈플러스 노동자의) 일자리 보장이라든지, 장기적 정상화에 대한 얘기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회장이 진정 책임을 다하려 한다면 구조조정 계획을 철회하고, 홈플러스를 살릴 뚜렷한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오늘(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증인 출석이 요청돼 있는데도 해외 출장을 핑계로 불참했다. 진짜 책임을 지려 한다면 국회에 나가서 국민에게 약속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홈플러스 정상화에 필요한 금액을 어느 정도로 추산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안 위원장은 "제대로 정상화하려면 적어도 2~3조 원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재 소상공인 거래처 대금만 수천억 원이고, 금융 채무가 2조 원대로 묶여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며 "김 회장 재산이 14조 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필요한 금액을 투자해 홈플러스를 정상화시켜 주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매장 4곳 매각·16곳 폐점' 등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 계획도 비판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회생계획안은 최근 언론 보도로 알려졌는데, 이를 두고 안 위원장은 "14일 기자간담회 때 '폐점이나 매각은 전혀 없다'고 발표했던 게 금세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직격했다. 그는 "특히 기업회생신청을 하면서 중단됐다고 했던 (슈퍼마켓 브랜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구조조정) 계획도 다 포함돼 있었다"며 MBK파트너스 주도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뜻을 명확히 했다.
홈플러스 인력 감원은 이미 시작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안 위원장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총 380여 명의 희망퇴직을 받은 상태"라며 "한 매장마다 100~200명이 있고 여기에 협력업체나 입점 업주를 포함하면 5배 정도 된다"고 밝혔다. 매장당 최대 1,000명이 구조조정 여파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운영 실태도 비판했다. 안 위원장은 "경쟁사는 폐점을 해도 장사가 안 되는 곳을 닫고 새롭게 매장을 연 반면, 우리는 장사가 잘되는 매장을 팔아먹었다"며 "외주업체도 약 5,000명을 계약해지하고 그 업무를 기존 직원에게 모두 다 떠안긴 탓에 고강도 노동이 이뤄지자 더 많은 퇴사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며 "폐점과 매각 없이 현장 노동자들이 홈플러스에서 그대로 일할 수 있는 (회생)계획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