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한국 주주환원·보호 세계 최하위… 브라질·인도보다 못해"

입력
2025.03.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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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자사주 매입 늘리면 기업가치 상승
반도체 등 IT업종은 주주환원 효과 제한적

우리나라 기업의 주주환원과 주주보호 수준이 주요국 중 최하위권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위해선 주주환원 확대가 필수적이지만, 정보기술(IT) 등 고성장 업종의 투자 기회를 제약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17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주요 20개국(G20) 중 16개 나라의 3,56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9~2023년 기준 기업가치와 주주보호, 주주환원 현황 등을 비교했다.

그 결과 한국 기업이 벌어들인 순수익 중 배당금을 지급한 비율인 배당성향은 27.2%로 16개국 중 가장 낮았다.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액을 더한 주주환원 규모는 영업현금흐름의 0.2배에 불과해 뒤에서 세 번째였다. 주주보호도 취약한 건 마찬가지다. 개별 기업이 주주이익을 보호하는 정도를 0~11점으로 점수화했더니 한국 상장기업의 평균 주주보호 점수는 6.8점에 불과했다. 16개국 중 12위로 영국(9.3점)이나 미국(8.9점) 같은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8.2점), 인도(7.5점) 등 일부 신흥국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에 따라 한국의 기업가치는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자본 대비 시가총액(PBR)은 1.4배로 고성장국가인 인도(5.5배)나 선진국(미국 4.2배)보다 훨씬 낮았다. 인수합병과 관련된 기업의 청산가치를 나타내는 ‘토빈의큐’ 또한 2.1배에 그쳐 PBR과 순위가 비슷했다.

주주보호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는 주주환원 확대가 기업가치 제고에 효과적이라는 게 보고서의 요지다. 실증분석 결과 주주환원 규모는 기업가치와 유의미한 양(+)의 관계를 나타냈다. 또 주주보호 수준이 높을수록 주주환원은 확대되고, 현금성자산 보유 규모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경영자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현금을 쌓아두는 대신 배당이나 투자 등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주주환원을 늘렸을 때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는 주주보호가 양호한 기업보다 취약한 기업에서 더 컸다.

다만 산업별로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증권, 보험, 은행 등 금융업종에선 배당 확대가 투자자를 유인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뚜렷했지만, 반도체와 같은 IT 업종에선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시설투자, 연구개발과 같은 대규모 자본적지출이 기업 성장의 핵심 요소인 산업의 경우 여유자금을 주주환원에 과도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기업가치 제고를 저해할 수 있다”며 “고성장 산업의 경우 밸류업 지수를 구성할 때 주주환원 외에 자본 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적절히 평가해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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