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방첩기관 수장 해임 시도…"하마스 기습 허용 책임" 제기 탓?

입력
2025.03.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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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상 이유는 "신뢰 부족"이지만…
전쟁 발발 시 "정부 정책실패" 명시한
4일 '신베트 보고서'가 원인일 수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신뢰 부족'을 이유로 이스라엘 국내 방첩기관 신베트의 수장을 해임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전쟁 발발 전 잘못된 정책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책임론이 부각되자 군부와 방첩기관에 이를 떠넘기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신베트가 네타냐후 내각의 '정보 실패'를 지적한 보고서를 발표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신베트 수장 해임" 통보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은 16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가 로넨 바르 신베트 국장을 집무실로 불러 조만간 그에 대한 해임 의결을 진행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영국 로이터통신도 오는 19일 바르 국장에 대한 해임안이 내각회의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5년 임기의 신베트 국장이 임기 중 자의로 사직한 경우는 두 차례 있었지만, 해임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르 국장과의 대화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항상, 그리고 지금과 같은 전쟁 상황에서는 특히 더 총리와 방첩기관 수장 간의 신뢰가 필요하다"며 "안타깝게도 지금은 신베트 국장에 대한 불신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다음 재앙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르 국장을 해임해야 한다"며 전쟁 발발 전 방첩 활동 실패에 대한 바르 국장의 책임론도 부각했다.

해임안 두고 정치권 분열

하지만 해임의 진짜 원인은 신베트가 가자지구 전쟁 발발 당시 네타냐후 총리의 책임을 묻고 나선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간 가자지구 전쟁 발발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부인해 왔지만 신베트는 지난 4일 공개된 보고서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을 허용한 근본 원인은 (정부의) 정책 실패"라고 못 박았다. 네타냐후 총리가 장기 집권을 위해 하마스의 세력 강화를 유도해 '적대적 공생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의혹을 신베트가 그대로 인정한 셈이었다.

바르 국장은 이번 해임 요구에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필요한 신뢰는 이스라엘 국민들을 향한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개인적인 충성 요구는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가자지구 개전 당시 정보활동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임기 내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그전에 책임을 지고 현재 하마스 억류 인질의 석방과 총리실과 관련된 몇 가지 '민감한' 조사를 마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바르 국장의 해임을 두고 이스라엘 내 정치권은 분열된 모습을 보였다. 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정치적이고 개인적인 이유로 이스라엘의 통합을 저해하고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했다"며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팔레스타인 수감자 처우를 두고 바르 국장과 충돌해온 극우파를 중심으로는 찬성의 목소리가 크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1년 전에 내려져야 했을 결정"이라며 이번 네타냐후 총리의 사임 요구를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정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