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 원인이 보조배터리 합선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발화점 추정지 부근에서 보조배터리 잔해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다.
14일 사조위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경찰, 소방 등 관계 기관은 지난달 3일 합동 화재감식을 수행하고 사고기 객실 좌측 28~32열 좌석 부근에서 전기 배선과 기내 조명 기구, 보조배터리 잔해를 확보했다. 잔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이송해 컴퓨터단층촬영(CT)과 현미경 검사 등 정밀 분석을 진행했다.
국과수는 발화 지점을 좌측 30번 좌석 상단 선반 주변으로 추정했다. 그 주변에서 불에 타 아래로 떨어진 보조배터리 잔해가 수거됐기 때문이다. 보조배터리 잔해에서는 전기적 용융흔(녹은 흔적)이 발견됐다. 승객이 촬영한 선반 주변 화염 영상도 판단 근거다.
국과수는 “보조배터리 잔해에서 다수의 전기적 용융흔이 식별되는 상태로 배터리 내부에서 절연파괴(양극과 음극의 합선)가 발생해 최초 발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기배선 등 항공기 내부 구조물에서는 발화와 관련지을 전기적 특이점이나 특이 잔해 등은 식별되지 않아 항공기 내부 시설물에 의한 발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배터리 잔해가 심하게 연소돼 현재로서는 어떤 원인이 배터리 내부에서 절연파괴를 일으켰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조사나 배터리 용량, 발화 원인 등을 파악하기도 힘들다. 보조배터리 화재가 통상 보조배터리 내부 열 폭주 현상에서 시작되는 만큼, 정부 대책으로도 화재 원천 예방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기내 반입 가능한 보조배터리 수와 용량을 제한하고 있다.
사조위는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조배터리에 의한 화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사조위 관계자는 "보조배터리를 화재 원인으로 인정하더라도 화재가 어떤 경로로 확산했는지, 승무원들의 대처는 적절했는지 등을 앞으로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