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침체 속에서도 국내 은행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기준금리가 인하됐음에도 은행은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역시 사상 최대의 이자 이익을 얻은 결과다.
금융감독원이 14일 발표한 2024년 국내 은행 영업실적(잠정)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2조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조2,000억 원(5.5%) 증가했다. 은행 당기순이익은 2020년 12조1,000억 원에서 2021년 16조9,000억 원, 2022년 18조5,000억 원, 2023년 21조2,000억 원으로 4년 연속 늘었다.
시중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13조 원으로 전년보다 8,000억 원 증가했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순이익은 2023년 4,000억 원에서 지난해 6,000억 원으로 대폭 뛰었다. 지방은행은 같은 기간 1조1,000억 원에서 1조3,000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배상 비용이 1조4,000억 원이 발생하는 등 영업외손실이 있었지만, 전체 대손 비용이 3조1,000억 원 감소하면서 순이익이 증가했다.
은행 이익의 90%를 차지하는 이자 이익도 사상 최대치였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이자 이익은 59조3,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000억 원 늘었다. 이는 은행 이익 기반인 예대 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예대금리차는 2월 기준 1.57%포인트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0.87%포인트에서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은행연합회가 자료를 공개한 2023년 이후 가장 크다.
이런 호실적으로 은행은 지난해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주사 임직원의 성과급을 포함한 평균 보수는 지난해 1억6,675만 원이었다. 지주 회장들도 20억 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자랑한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18억5,000만 원의 보수를 수령했으며,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지난해 총 15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