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노조 반대에 MG손보 인수 포기…첫 보험사 청산 나오나

입력
2025.03.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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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포기 공식화...5번째 MG손보 매각 무산
고용승계 등 요구한 노조 반대에 협상 지연
당국 "법에 따라 대응"…청산 가능성 커져
124만 가입자, 1700억 고객 피해 우려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를 결국 포기했다.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한 MG손보 노동조합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인수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매각 무산으로 다섯 번째 주인 찾기마저 실패함에 따라 MG손보는 사상 처음으로 청산 수순을 밟는 보험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입자가 124만 명에 달해 소비자 피해가 상당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메리츠화재는 13일 "예금보험공사(예보)로부터 MG손보 보험계약을 포함한 자산부채이전(P&A) 거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각 기관의 입장 차이 등으로 지위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MG손해보험의 전신은 그린손해보험으로, 2012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2013년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인수했다. 하지만 건전성이 계속 악화하면서 금융위는 2023년 예보를 통해 매각을 추진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노조의 반대에 부딪히며 3개월 동안 MG손보에 대한 실사조차 못 했다. MG손보 노조 측은 '고용 승계가 보장되지 않는다', '과도한 자료를 요구한다' 등의 이유를 들며 실사를 거부해왔다. 예보는 지난달 노조를 상대로 법원에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예보와 MG손보 노조가 매각 실사를 위해 메리츠화재가 요구했던 115개의 자료를 55개 범위로 조정하는 조건으로 실사에 동의하면서 협상이 다소 진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메리츠화재도 전체 직원의 10% 고용승계와 비고용 위로금 250억 원(기본급 6개월 수준)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협상안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가 메리츠화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메리츠화재는 인수 포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예보는 공동으로 입장문을 내고 "매각 절차가 지연되면서 시장에서도 MG손보의 독자생존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어, 정부는 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예보와 금융당국은 MG손보 처리를 두고 추가 공개 매각, 청산, 가교 보험사 계약 이전 등 세 가지 정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메리츠화재 외에 마땅한 매수 희망자를 찾지 못한 만큼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청산이 진행되면 124만2,600명(보유 계약 156만 건)의 고객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최대 5,000만 원을 보상받고 보험 계약은 강제 해지된다. 5,0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결국 고객 피해로 이어질 전망이다. 5,000만 원 초과 계약자는 1만1,470명(법인 9,112곳, 개인 2,358명)으로 이들의 계약 규모는 총 1,756억 원에 이른다. 개인 고객 피해 예상 규모는 737억 원, 법인이 1,019억 원으로 추정된다. MG손보 임직원 580명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가교 보험사 계약 이전이 추진될 경우 피해 규모는 청산보다는 줄어들 수 있다. 예보가 가교 보험사를 별도로 설립해 계약을 이전받은 뒤 추후 매각을 재추진하는 방식이다. 다만 예보가 자금을 투입해 사실상 보상, 영업 등 보험사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가교 보험사와 관련한 선례도 없다는 것이 예보 측의 설명이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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