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부족이나 불면증 등을 겪는 사람은 음모론에 빠지기 쉽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우울증'에 의해 그 연결성이 더 강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마디로 '수면의 질'은 정신 건강에도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영국 노팅엄대 대니얼 졸리 교수팀은 12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건강심리학 저널'에 게재된 '수면의 질과 음모론에 대한 믿음 사이의 연관성 조사'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1,000여 명을 상대로 실험 2건을 실시한 결과, "과거 한 달간 수면 질이 나쁜 사람은 음모론적 콘텐츠에 노출된 후 이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도출됐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수면의 질이 나쁠수록 분노, 우울증, 편집증 등 부정적 감정을 잘 느낀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진행됐다. 논문은 "첫 번째 연구는 수면의 질이 낮으면 음모론에 노출됐을 때 음모론적 신념을 증가시키는지에 대해 조사했다"며 "두 번째 연구는 부정적 감정이 '수면의 질 저하'와 '음모론적 신념 증가' 간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연구에서 졸리 교수팀은 실험 참가자 540명을 대상으로 '1개월간 수면의 질'을 먼저 평가한 뒤, 이들에게 △2019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관련 음모론적 내용의 기사 △해당 화재 사고를 사실적으로 설명한 기사를 각각 보여 줬다. 이후 각 기사에 대한 믿음을 조사해 보니, 수면의 질이 나빴던 사람들한테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에는 고의적 은폐가 있었다'는 음모론을 믿을 확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575명이 참가한 두 번째 연구에서는 수면의 질 저하와 음모론적 신념 증가를 연결하는 근본적인 메커니즘과 불면증이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수면의 질 저하와 불면증은 모두 음모론적 신념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다. 특히 우울증은 이 과정에서 일관되게 음모론적 사고 방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된 반면, 분노와 편집증 등 요소는 일부 영향을 미치긴 했으나 일관성은 떨어졌다.
졸리 교수는 "수면은 정신 건강과 인지 기능에 매우 중요하고, 수면 부족은 음모론적 사고의 원인이 되는 우울증·불안·편집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수면의 질을 개선하면 전반적인 정신 건강이 향상되고 음모론에 빠지는 가능성도 줄어들어, (결국)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