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대 10년 보장?... 우클릭 이재명의 민생 무리수

입력
2025.03.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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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대선 앞두고 '20대 민생의제' 발표
전세 반환보증 비율 제한 등 금융 규제도
'가산금리 인하' 은행법·노란봉투법도
"'공약' 오해 말라… 논의할 '의제'" 거리두기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중소기업·자영업, 노동, 금융·주거 등 ‘민생’ 관련 20대 의제를 제시했다. 분배를 중시하는 진보진영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제스처다. 이재명 대표가 최근 중도 보수를 선언하고 성장을 강조하며 ‘우클릭’하던 것과 비교하면 좌우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인 셈이다.

하지만 사회적 논란이 불가피한 정책이 포함돼 일각에서는 무리수를 던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확대해 '주택 임대 10년을 보장'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임대인의 반발과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민주당이 2022년 대선 패배 원인으로 꼽은 서울 중산층의 부동산 민심과도 거리가 있다. 혼선을 빚자 이 대표는 "대선 공약이 아닌 의제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文 정책 '계약갱신요구권' 확대

민주당 민생연석회의는 이날 20대 민생 의제와 60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세입자 보호를 위해 주택 임대기간 10년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향후 무기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이른바 ‘임대차 3법’을 통해 기존 2년이던 임대 기간을 계약갱신요구권을 통해 최대 4년으로 늘렸는데, 이번에 다시 최소 10년으로 늘리자는 의미다. 이 대표는 연석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임대차 3법은 2022년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에 뼈아픈 대목이다. 그런데도 이 내용을 오히려 더 강화한 것이다. 지난해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제한 없이 쓸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제출했다가, 공동발의를 했던 민주당 의원 5명이 발을 빼면서 철회된 전례도 있다.

이에 더해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의 보증 비율을 집값의 60~70%로 제한하고, 전세대출 한도를 전세보증금의 50%로 제한하는 금융 규제 아이디어도 담겼다. 60개 과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전세대출 금액을 3억 원으로 줄이자는 제안도 나왔다.

지역화폐·주 4일제 등 '이재명표' 정책도

이날 공개된 내용에는 ‘이재명표’ 민생 정책이 대거 눈에 띄었다. 이 대표의 대표공약인 지역화폐를 '정책과제 1호'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이번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때 2조 원을 투입하자는 제안이 담겼다. 주 4일제 법제화도 포함됐다. 민주당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을 통해 처리한다고 예고한 은행법 개정안(대출 가산금리 인하), 윤석열 대통령이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담겼다.

민주당은 이번 민생 의제를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시점에 맞춰 발표했다. 이 대표가 앞서 성장론을 언급하며 배우자 상속세 폐지, 기업 감세 등 우클릭 정책을 쏟아낸 상황에서 이번에는 진보진영의 의제를 받아들이면서 지지층의 불만 잠재우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최근에 경제가 중요하다고 했더니 ‘복지는 다 버린 것 아닐까’, 복지도 중요하다 했더니 ‘왔다갔다 한다’고 한다”며 “사람이 왼쪽을 보고 오른쪽을 보기도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경우 반발을 감수해야 하는 의제가 다수 포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더라도 이 같은 의제들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기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대표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민생연석회의는 ‘의제’인데, 공약이나 이런 걸로 오해하는 사람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며 “집행할 과제가 아니라, 논의해서 해결해야 할 의제”라고 강조했다.

박세인 기자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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