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아직 준공 전인 천안축구종합센터의 미디어 투어에 나서며 지난달 축구협회장 선거 이후 첫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대한체육회 인준 과정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자신의 공과를 드러내기 위한 행보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12일 충남 천안축구종합센터에서 미디어 브리핑 행사를 갖고 "오는 7월 천안축구종합센터의 준공을 앞두고 책임감이 무겁다"며 "새 임기 인사를 어디서 할지 고민했는데, 한국 축구의 중요한 장소라고 생각한 이곳에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26일 12년 만의 경선을 통해 4선에 성공했다. 그는 그간 공을 들인 천안축구센터를 방문하는 것으로 자신의 첫 공식 일정을 잡았다. 47만8,000㎡ 규모의 축구종합센터는 총 11면의 축구장, 스타디움, 실내 축구장, 숙소동은 물론 박물관, 체육관, 생활체육시설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선다. 지난 2022년 4월 착공을 시작한 이곳은 7월 완공돼 가을께 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정 회장은 "이곳에 4,000억의 자금이 투입됐고, 아시아 축구의 허브로 거듭날 것이라 자부한다"며 "2022년 카타르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개최됐는데, 한국에서도 다시 한번 월드컵이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2026 북중미 월드컵이 1년 2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에 맞춰 잘 준비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완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정 회장은 대한체육회의 인준을 남겨둔 상황도 설명했다. 그는 "인준이 나지 않아 집행부 구성도 안 된 상태"라며 "체육회 인준은 잘 될 거로 예상한다. 인준이 난 다음에 본격적으로 문체부와 상의해서 잘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인준은 체육회 종목육성부 심의를 거쳐 유승민 체육회장의 결재를 통해 이뤄진다. 앞서 유 회장은 지난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 회장 인준과 관련해 '신중 모드' 뉘앙스를 풍겼다. 유 회장은 "정 회장의 인준은 규정대로 하겠다"면서도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심각성을 깨닫고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 회장이 축구종합센터의 미디어 투어를 계획한 건 인준 절차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오는 20일과 25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7, 8차전(오만·요르단전)을 앞둬 국민적 관심이 큰 시기에, 축구종합센터의 준공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공과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의 인준이 늦어지는 건 문화체육관광부와의 법적 문제가 남아있어서다.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축구협회 특정 감사를 통해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및 축구종합센터 건립 보조금 허위 신청 등의 책임을 물어 정 회장과 김정배 부회장 등에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축구협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축구협회가 정 회장에 대한 문체부의 징계 처분을 중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해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후보 자격을 유지,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문체부가 즉각 법원의 결정에 항고했고 이달 중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