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매출채권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발행사 홈플러스와 발행 주관사인 신영증권 간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양측은 홈플러스의 단기신용등급이 강등된 당일에도 채권 발행 관련 논의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는데, 구체적으로 오고 간 내용에 대해선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12일 홈플러스는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지난달 27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이 하락될 것이란 통보를 받고 바로 신영증권 측에 전달한 뒤, 이튿날 오전 단기자금 운영 수정계획을 세우기 위해 신영증권 단기채 발행 담당자와 만났다”고 밝혔다. 오후 신용등급 하향이 공시되기 전 신영증권과 접촉했다는 얘기다. 이 자리에서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A3마이너스(-)로 한 단계 낮아지더라도 단기채 발행이 가능할지, 어느 정도 규모로 할 수 있을지를 문의했다고 한다.
이에 신영증권 담당자가 “A3- 등급 단기채는 인수자 규모가 작아 기존 발행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소견을 냈고, “발행 가능한 최대 규모가 기존 발행 금액의 4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추가로 전달해왔다고 홈플러스는 설명했다. 이 같은 수요예측 결과로 미뤄볼 때 향후 단기자금 확보 규모가 크게 줄어 자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4일 긴급히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홈플러스는 주장했다.
신영증권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홈플러스 측이 신용등급이 강등되더라도 단기자금 조달이 가능할지 상의해온 건 맞지만, 구체적인 수요 예측 결과를 전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당시 ABSTB 시장은 등급만이 아닌 기업, 신용보강 가능성, 유동성, 금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되는 시장이기 때문에 신용등급 변동만으로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공시를 통해 알았고, 신용등급이 A3- 수준으로 내렸다고 곧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 역시 통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 단기 채권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짐에 따라 증권사·자산운용사들과 공동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회생신청 직전(지난달 25일)까지 자금 조달을 한 것에 대해 많은 시장 참가자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으나, 법적 분쟁보다 원만한 해결 방법을 최우선 고려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신영증권 관계자는 설명했다.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 정무위원회는 18일 긴급 현안질의를 열기로 하고,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홈플러스 공동 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개인투자자들도 집단 행동에 본격 돌입했다. 이날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BSTB는 홈플러스가 물품 구입 대금 지급을 위해 발행한 것”이라며 “일반 금융상품이 아닌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해 피해자를 보호해 달라”고 촉구했다. 홈플러스는 금융채무는 유예하되 상거래채무는 정상 상환하겠다는 입장인데, ABSTB는 카드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해 금융채권과 상거래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