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납품업체의 공급 중단 고비를 넘긴 홈플러스가 연중 최대 할인 행사 홈플런을 한번 더 한다. 홈플러스는 연이은 할인 행사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문제없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홈플런이 끝난 뒤 서서히 경쟁력을 잃고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홈플러스는 13~19일 캐나다산 삼겹살 등을 특가에 판매하는 '앙코르, 홈플런 이즈 백' 행사를 실시한다고 12일 밝혔다. 2월 28일부터 이날까지 진행한 창립 기념 '홈플런 이즈 백'(홈플런)에 이은 추가 할인 행사다.
4일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는 대금 지연으로 LG전자, 오뚜기, 삼양식품 등 납품업체로부터 일시적으로 제품을 받지 못했다. 자칫 할인 행사 기간 중 빌 뻔한 매대는 뒤늦게 대금을 지급하고서야 다시 채워졌다. 한숨 돌린 홈플러스는 전국 126개 점포를 정상 가동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신용 등급 강등으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홈플러스가 자금을 구할 곳은 사실상 점포 수익밖에 없다. 홈플러스가 홈플런을 또 진행하는 이유다. 납품업체 대금을 지급하고 질 좋은 상품을 가져와 소비자를 끌어오는 선순환 구조를 깨지 않으려면 평상시처럼 영업해야 한다. 홈플러스는 현금 잔고 3,090억 원에 3월 점포 매출 예상액 3,000억 원을 더하면 원활한 점포 운영이 가능하다고 본다.
홈플러스는 2023년, 2024년에도 진행한 앙코르 홈플런을 감안하면 이번 행사가 현금 확보를 위해 갑자기 연장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올해 앙코르 홈플런은 2주 정도의 시차를 뒀던 예년과 달리 곧바로 한다. 현금 창출이 필요한 상황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홈플러스가 정상 영업을 이어갈지 판단할 수 있는 시점은 홈플런 이후다. 업계와 시장 일각에선 홈플러스가 이마트, 롯데마트에 비해 뒤처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납품업체 제품을 판매해 거둔 매출로 대금을 준다는 홈플러스 구상이 지속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형마트는 공산품, 신선식품 등을 납품하는 업체와 대규모 물량 계약을 맺는 게 일반적이다. 재고 부담, 보관에 따른 비용을 감수하는 만큼 저렴하게 공수해 소비자 판매가를 낮춘다. 가격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다. 하지만 여윳돈이 부족한 홈플러스로선 판매 물량을 넉넉하게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결국 납품업체와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매장 판매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자금 사정이 빠듯한 홈플러스가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의 할인 행사를 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박리다매' 전략을 쓰는 할인 행사가 성공하려면 낮은 마진율, 마케팅, 카드사 할인 분담 등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대형마트 수익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인 적정 재고량을 잘 관리할지 의문"이라며 "영업 압박이 점점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