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석방으로 탄핵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8일의 이례적인 구속취소 결정, 9일 전격적인 석방, 검찰의 신속한 항고포기가 이어졌다. 최재해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심판을 13일 선고하기로 하면서 당초 전망된 14일 선고도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여당 및 그 지지층은 탄핵 각하를 촉구하는 1인 시위와 밤샘시위를, 야당은 신속한 파면을 요구하며 단식과 삭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헌법재판의 결과 만큼이나 여론정국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 석방이 여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탄핵 찬성이 우위인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진보+중도층의 탄핵찬성, 보수층의 탄핵에 반대 구조가 공고하기 때문이다. 양 진영은 이미 총 결집하여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여론 향방의 균형추인 중도층이 계엄 초기부터 계엄 반대·탄핵 찬성 구조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50%를 넘었다는 아시아투데이-한국여론평판연구소 조사나 기타 ARS조사 결과를 봐도 그렇다. 석방 전인 3월 7~8일 실시한 해당 기관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47%로 고공행진 중인데, 탄핵에 대해서는 찬성이 51%,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47%로 팽팽했다. 이 조사가 다른 조사에 비해 대통령과 여당에 우호적 결과가 나오는 것은 보수과표집 효과 때문이다. 해당 조사의 이념 구성비를 보면 보수 성향 47%(보수 24.3%, 중도 보수 22.6%), 중도 성향 24.9%, 진보 성향 20%(진보 7.2%, 중도 진보 12.8%)로 다른 조사에 비해 보수 성향이 과대 표집됐다. 중요한 것은 탄핵 여론의 구조이다. 보수성향층(보수, 중도보수층)에서 탄핵 반대가 다수, 중도 및 진보성향(진보, 중도진보)층에서는 탄핵찬성이 다수인 구조이다.
구속 취소와 석방이 발생한 3월7~10일 한국리서치 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응답 결과(5점 척도)를 이전 결과들과 비교해 보자(2024년 8월23~26일, 12월 6~9일). 탄핵 찬성이 2024년 8월 조사에서는 46%(매우 29%+대체로 17%), 12월 계엄 직후 73%(매우 64%+대체로 9%)였지만 현재는 66%(매우 49%+ 대체로 17%)로 다소 감소했다. 특히 매우 찬성한다는 여론이 크게 줄어 찬성 강도가 약해진 것이 확인된다. 3월 10일 실시한 에너지경제신문×리얼미터의 무선RDD ARS조사도 탄핵 인용 찬성이 55.6%, 탄핵 기각이 43.0%였다.
윤 대통령 석방의 역작용 가능성도 봐야 한다. ARS조사 뿐 아니라 NBS, 갤럽 등 대부분 조사에서 탄핵 찬성 여론이 우위를 유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 여론이 상승하고 여야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로 좁혀졌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내란 프레임이 탄핵 근거로 부상하면서 보수층이 결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구속으로 여론의 타겟이 집권 여당에서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으로 이전되었다는 점도 주목했다. 진보층과 중도층에서는 계엄은 내란, 탄핵 찬성으로 연결되는 입장이 다수였지만 보수층은 달랐다. 계엄에 대해서는 잘못했고, 절반 가까이 탄핵에 찬성했지만, 내란죄까지는 과하다는 인식이 압도적이었다. 내란죄 프레임으로 탄핵을 주장한 것은 보수층의 반발과 결집의 계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국회가 헌재 소추안에서 내란죄를 삭제하면서 반발은 커졌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체포로 정치권 시야에서 사라진 것이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견제심리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 가설이 맞다면 윤 대통령의 석방은 느슨해진 탄핵 찬성연합의 재결집과 계엄 초기의 윤 대통령 심판 정서의 재점화로 귀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의 단식과 삭발 같은 대응으로는 계엄 직후 과반에 육박했던 지지율 상승 국면으로까지 나아가기는 힘들 것 같다.
반면 윤 대통령의 석방이 보수 진영의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계기일지 모르나, 정당의 혁신과 정상화 및 대선경쟁 구도로 보면 심각한 악재일 가능성이 크다. 당장 국면 전환을 준비하던 몇몇 차기 주자들의 포지션이 궁색해졌다. 이번 주 NBS와 갤럽조사에서 이후 여론의 향방이 포착될 것이다. 헌재의 탄핵 재판은 지지부진하지만 12.3 계엄으로 시작된 탄핵국면을 바라보는 여론의 향방은 이번 주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과 여론재판의 결과는 일치할까? 충돌할까?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