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안 쓰는 이사 도전기···뽁뽁이 대신 수건 쓰고, 여행 캐리어에 옷·책 담아

입력
2025.03.13 08:00
19면
플라스틱·일회용품 이사 도구 안 쓰기
새집 창틀도 물티슈 대신 걸레로 청소

편집자주

기후위기가 심각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일상 속 친환경 행동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열받은 지구를 식힐 효과적인 솔루션을 찾는 당신을 위해 바로 실천 가능한 기후행동을 엄선해 소개합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은 '이사 대목'입니다. 아이들의 학교 개학 시기에 맞춰 이사를 하는 경우도 많고 날이 더 더워지기 전 집을 옮기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청소를 대행하는 업체에 들어보니 3월 중에서도 이사 수요가 몰리는 '손 없는 날'에는 하루 평균 2~3곳씩 청소를 다니기도 한다더군요.

기자도 이사를 해야 할 상황인데, 옮겨야 할 짐이 많지 않아서 포장 이사 업체를 부르는 대신 직접 물건들을 포장해 이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목표를 세웠는데요. 최대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이사'를 해보자는 겁니다. 이삿짐을 싸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양의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이 필요했습니다. 포장 박스부터 테이프, 물건이 깨지지 않도록 감싸는 내장재까지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이 없으면 이사가 힘들 정도더군요. 포장 이사업체를 불러도 상황은 비슷하겠지요.

정부 차원에 구체적인 통계가 집계되진 않았지만 실제로 이 시기 생활 폐기물 배출량은 평소보다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사 과정에서 사용되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을 줄인다면 그만큼 탄소 배출도 줄어들겠지요. 환경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사 방법을 고민해본 이유입니다.

첫 번째, 일회용품 줄이기

첫 번째 행동 지침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입니다. 우선 유리컵을 포장해볼 건데요. 뽁뽁이로 불리는 완충재를 살까 고민했지만 대체 재활용품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직업이 신문기자다 보니 집 안에는 지난 신문이 꽤 쌓여 있습니다. 분리수거함에 놓여 있던 신문 뭉치를 꺼내 컵을 감싸 완충재로 사용했습니다. 신문지 한 장이면 컵을 충분히 감쌀 수 있었는데요. 신문지만으로는 유리를 완전히 보호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수건으로 바깥을 한 번 더 감쌌습니다. 신문과 수건으로 감싼 컵 몇 개를 보니 나름 안정적으로 느껴집니다. 바깥쪽에 상처가 나면 안 되는 상패도 신문지를 이용해 포장했습니다.

물건들을 담을 상자도 재활용에 초점을 뒀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보면 대형 플라스틱 이삿짐 포장박스 5개를 약 3만 원에 구매할 수 있는데요. 집에 있는 택배 종이박스, 라면 박스를 이용하면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을 구매할 필요도 없고 불필요한 지출도 줄일 수 있습니다. 가까운 편의점에 가서 남는 박스를 구할 수도 있죠. 우선 가로 40㎝, 세로 30㎝ 라면 박스에 책을 담아봅니다. 좋아하는 만화책을 담아보니 책 30권가량을 꽉 채워 담을 수 있었습니다. 이외 각종 잡동사니도 재활용 종이박스에 담아 옮겼는데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여행용 가방(캐리어)도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여행 갈 때만 꺼내 썼던 캐리어에 옷가지를 가득 채워봅니다. 내의와 티셔츠, 얇은 옷가지를 가득 담으니 20㎏ 이상 물건을 실을 수 있었습니다. 친구에게 대형 캐리어 하나를 더 빌려와 겨울 외투를 쓸어 담으니 옷 정리를 손쉽게 끝냈습니다. 바퀴가 달린 캐리어에는 들고 나르기 무거운 책을 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새 집에 짐을 넣기 전 해야 할 일은 청소입니다. 임장을 다닐 땐 전체적인 구조만 보기 때문에 전에 살던 사람이 어떻게 집을 사용했는지 구석구석 살피기 어렵지요. 이사를 해보면 생각보다 청소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창틀에 낀 먼지와 곰팡이부터 제거해 보기로 했습니다. 창틀 먼지를 물티슈로 닦아내려다 걸레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물티슈는 일회용이고 플라스틱이 들어간 제품도 많습니다. 두꺼운 걸레가 창틀 구석구석 들어가지 않아 난감했지만 조금 두꺼운 볼펜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볼펜으로 걸레를 찔러 넣고 닦아주면 구석진 곳까지 닦을 수 있었습니다.

청소를 하다보면 환기를 위해 창문을 활짝 개방하게 되는데요. 이때 보일러가 불필요하게 작동되지 않도록 실내 모드를 온수 전용 모드로 바꾸는 것도 좋습니다. 보일러가 실내온도를 맞추기 위해 작동되며 가스를 사용하는 것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수대와 식기를 세척할 땐 친환경 마크가 붙은 세제를 이용했습니다. 친환경 마크는 정부가 실행하는 '환경표지 인증' 제품에 붙어 있는데요. 같은 용도의 다른 제품과 비교해 환경성이 뛰어난 경우 환경표지 인증을 받게 되고 친환경 마크를 붙일 수 있습니다. 주방 세제는 마트에 가면 어렵지 않게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수 있지요.

두 번째, 안쓰는 물건 나누기

두 번째 행동지침은 나눠 쓰기입니다. 이사를 하면서 기존에 사용했던 책상과 의자를 계속 사용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구청에 신고를 하고 폐기 처리를 할 수도 있었지만, 아직 튼튼하고 쓸 만한 물건을 버리는 것이 아까웠는데요. 다행히 오래된 책상과 의자를 마음에 들어 하는 동네 친구가 있어 양도를 했습니다.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책장도 들고 가기 어려웠는데 마침 책장이 필요한 지인이 있어 새로운 주인을 찾아줬습니다.

요즘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이 발달해 이사 가기 전 아끼던 물건을 나누는 시민들이 많다고 합니다. 만약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물건을 나누기 어렵다면 폐기 처리 대신 지역 사회에 기부를 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이사를 실천하면서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았습니다. 물건을 담은 종이 상자 밑바닥을 포장용 테이프로 봉합하지 않았다가 짐이 쏟아져 내리기도 했고 창틀 실리콘에 핀 곰팡이를 물과 칫솔로만 닦아내 보려다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이삿짐을 더 친환경적으로 옮기기 위해 전기차를 이용하려 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아 실천하지 못하기도 했지요. 그럼에도 우리가 일상 속에서 환경을 생각한 이사 방법을 고민한다면 환경이 병들어가는 시기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지 않을까요.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