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취임 두 달 뒤인 1961년 3월 13일 라틴아메리카의 경제 부흥과 협력을 위한 대규모 원조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진보를 위한 동맹(Alliance for Progress)’ 10개년 프로젝트였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중앙정보부(CIA)를 앞세운 정치-군사공작과 병행해 라틴아메리카에서 냉전 우위를 지키기 위한 당근 전략이었다.
2차대전 전후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의 관계는 썩 좋지 않았다. 전시 미국을 위해 파병은 물론이고 천연자원 등 군수물자를 대느라 용을 썼지만 미국은 전후 마셜플랜으로 유럽을 돕고 일본을 지원한 데 반해 라틴아메리카는 철저히 소외됐기 때문이었다. 19세기 이래 이어진 농업 지배-수탈 구조와 제조업 종속 구조도 달라진 게 없었고, CIA의 과테말라 군사쿠데타 지원으로 반미 여론이 심화했다. 1958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방문한 리처드 닉슨 당시 부통령이 군중의 돌멩이 세례를 받은 일도 있었다. 그 와중에 1959년 쿠바 혁명이 성공했다.
교육과 보건, 산업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기아와 빈곤으로 고통받는 수백만 명의 라틴아메리카 시민”을 도와야 한다던 케네디의 인도주의적 레토릭과 달리 저 프로젝트는 냉전시대 미국 지역안보 전략의 일부였다.미국은 첫해 500만 달러로 시작해 1962~67년 연간 14억 달러 등 10년간 223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진보를 위한 동맹’은 사실상 실패했다.
미국이 지원한 자금 상당액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1세계 부채 원금 및 이자 상환에 쓰였고, 각국 부패 정권의 축재 및 대미 로비 자금 등으로 전용돼 실질적인 신규 투자로 쓰인 돈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 라틴아메리카의 13개 입헌 정부가 우익 군사 독재 정권으로 교체됐으니, 미국의 매파 냉전주의자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대성공이라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